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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Jul 03. 2023

나한테는 왜 그렇게 안 했어?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우리 엄마 아빠는 손자가 오는 날이면 옷을 사놓고 잔뜩 간식을 준비해 두느라 바쁘다. 조금이라도 아이가 엥-거리면 덮어두고 일단 미안하다며 마음을 달래주고 상처받을까 불면 날아갈까 전전긍긍하느라 19개월째 아주 행복하다. 허니문 수준이 아닐까 싶다.


나만큼 내 아이를 사랑해 주는 그들의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들다가도 나를 대상으로 한 기억은 없는 한없이 다정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왜 나한테는 그렇게 안 했어?라고 밑도 끝도 없는 투정이 불쑥 올라온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어른이 아니라 열 살쯤, 엄마 아빠의 다정한 마음이 고픈 아이의 목소리로. 


그러다가도 내가 지금 우리 아이만큼 아주 어렸을 때쯤에는(아이는 지금 19개월이다) 내게도 그렇게 했던 건 아닐까? 그런 시절을 지나 내가 자라면서 부모의 권위를 중요하게 여기거나 어느 정도는 엄하게 길러야 한다는 그 시절의 보통의 육아관에 따라 달라진, 다정함이 싹 사라진 그들의 태도만 내게 남은 건 아닐까? 싶은 조금은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기울다가도 아니, 그랬다면 계속 다정했어도 좋았을 건데! 섭섭한 마음이 들다가 스멀스멀 한편으로 나도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마음을 경험하다 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렇게나 내 아이를 사랑해 주는 엄마 아빠에게 고맙기도 하고. 뒤죽박죽. 


근데 그래도 결국 혼자서 안으로 물어보는 일. 

나한테는 왜 그렇게 안 했어?


엄마 아빠는 아마 절대 인정하거나 미안했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억에 하나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난 아마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그래서 그리고 인정하는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더더욱 물어보지 않거나 미안했다는 말을 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것 같다, 내 마음이. 


대체 이건 무슨 형태의 사랑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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