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 없는 방에서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그대 없는 하루에, 나는 계속 멈춰 있다.


시간은 흐르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다.


밤과 낮이 몇 번이고 지나갔는지

눈을 뜨는 순간 내 방 안에는 여전히 짙은 어둠만이 가득하다.


창문에 쳐진 암막커튼은 걷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침대에 몸을 누인다.


습관처럼 베개 옆으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킨다. 하지만 너에게서의 문자는 오지 않았다. 어쩐지, 알면서도 확인하게 된다. 너의 인스타, 카톡. 프로필이 바뀌었구나.


나를 바라보던 눈빛으로 너는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눈물을 훔친다.


어지럽다.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방금 전까지 너에 관한 꿈을 꾼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너는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했을 텐데,

그 얼굴이,

그 표정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가슴 한가운데에 너라는 온기가 남아 있다. 기억은 사라졌는데 감정은 남아 있다. 그 모순에 멀미가 난다.


여전히 어두운 방 안에서

불을 켜지 않은 채로, 작은 미니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차갑게 식은 맥주 한 캔을 꺼내어, 그 자리에서 꿀꺽거리며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어제의 술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그것마저 상관없다는 듯이.


방 안에는 아무 소리도 없다.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작은 소리조차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정적.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다.


그런데 분명히 너의 목소리였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나는 누군가를 향해 돌아서고 있었다.


휴대폰 전원을 껐다.

기다림조차 지친다는 게 이토록 슬픈 거였구나.

네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도 나는 네가 올까 봐,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올까 봐. 기대하고 있었다.


기다림은 언젠가부터 습관처럼 내게 남아 나를 또다시 아프게 한다.


슬픔이라는 감정도, 외로움도, 익숙해질 줄 알았다.

원래 나는 혼자였을 텐데, 왜 이렇게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드는 걸까.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너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너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어 있었다.


그게 가장 당혹스럽다.


내 곁에 왜 당신이 없는 걸까.

당신이 없는 이 공간, 이 시간, 이 계절.

나는 그것들을 견딜 수 있을까.

당신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오늘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또 다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어두운 방 안은 여전히 꿈처럼 희미하게 흘러가고 있다.


(사진출처: pinterest)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