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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의 퇴근학교 Jul 28. 2024

안목있는 사람

취향을 넘어 영감을 얻는 방법


이거 곧 한국들어오겠는데,
딱 요즘 2030 취저구만


국내에서 편집샵 런칭을 오랫동안 준비 중인 지인 MD와의 식사 도중 종종 듣는 이야기다. 보통은 식사나 대화 중에 인스타그램을 넘기고 있는 상대방을 선호하지 않지만, 이 사람만큼은 예외다. 그리고 그 중 열에 여덟, 아홉은 몇 달 내로 성수동 팝업스토어나 유명 문구 편집샵에 팔리는 것을 확인한다. 몇번 반복되니 이제는 신기한 나머지 "요즘 눈에 들어오는 물건 없어?"라며 만나면 내가 먼저 질문하곤 한다.


관심있거나 좋아하는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그친다면 취미나 취향의 영역이지만, 여기에 인사이트나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안목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안목있는 사람과 교류한다면 취미나 취향의 영역을 어떻게 다음 단계로 넘겼는지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안목은 지성만큼이나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련 영역의 지식과 경험을 오랫동안 쌓아온 덕이기 때문이다.


지인 최애 편집샵 중 하나인 앵거스교토 (출처: @angers_kyoto)


나 또한 한때 예술 문맹을 벗어나고자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데만 1~2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이상으로 안목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 본업과 관계없이 생산성 툴에 대한 출판을 한 지인이 있는가하면, 자신의 본업을 발전시켜 경력 기간보다 깊은 인사이트를 갖고 오프라인 강의를 운영하는 분도 있다. 이들이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혹은 더 깊게 안목을 갖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업계의 히스토리와 주요 인물들에 파고든다

트렌드는 휘발성 강한 대중의 관심이기 때문에 깊게 파고들기 어렵다. 하지만 안목을 가지고 싶은 분야가 떠오르면, 해당 영역의 히스토리를 한꺼풀 더 들여다보는 것이 의외로 도움이 된다. 그런 과정에서 해당 영역에서 인정받았던 플레이어들을 알게 되고, 해당 영역이 왜 관심 받았는지 외부요인도 알게 된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역사, 예술, 경제, 정치, 문화 발전 등 대부분의 현상들은 외부의 수요, 변화 등에 대한 대응이었던 경우가 많다. 인류의 발전은 수요 없는 공급의 방향보다는 대부분 대응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안목을 기르기 시작하는 것이 무척이나 쉽다.


한편으로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한 지인은 힙합의 태동에 대해 알게 된 후 힙합을 사랑하게 됐고, 자연스레 누구보다 남들보다 힙합 문화를 더 많이 알게 됐다. 또 다른 지인은 잉글랜드 축구리그인 EPL에 호감이 생겨, 지역 감정과 팬 문화에 대해 들여다보다 이제는 특정 팀의 유스 선수들까지 알게 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안목이 생긴다는 것은 대화에서도 다양한 관점의 주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관점을 어던 방식으로라도 기록한다

간단한 노트테이킹이든 블로깅이든, 보고 느낀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가공한 기록이라면 매우 뜻깊다. 특히, 글을 남긴다고 생각하면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은데, 당연히 연습이 필요하다. 브런치에서도 일상을 휘갈겨 남기기 시작하다가 점차 구조를 갖춘 글을 쓰는 능력을 얻는 분을 많이 본다.


생각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시작해, 그 정리를 통해 느끼거나 다른 부분과 접목해 생각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나만의 기록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보통 스쳐가는 기억보다 오래 가기 때문에, 기록을 자주 하는 습관이 들다보면 일종의 관점으로 승화하는 순간이 온다. 내 주위에 글 좀 쓰신다는 분들 보면, 글 쓰는 것과 관련된 전공을 나오신 분들보다 취미나 습관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주요 플레이어들을 만나고 교류한다

세상이 온통 연결 투성이라, 조금만 신경써서 알아보면 안목을 갖추고 싶은 분야의 유력자, 인플루언서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직업이 1인 기업화될 수 있음을 느끼고 있는 요즘은 자신의 안목을 나누려는 다양한 소모임이 많다. 모임까지 가지 않더라도 DM 하나로 나의 열정과 관심을 표할 수도 있다.


안목을 습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안목을 갖게 된 사람들의 태도나 습관을 베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의 대화만으로도 몰랐던 접근법을 깨닫게 되고, 관점을 형성하는데 매우 많은 도움이 된다. 영향력자라고 두려워 말자.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수년 이상의 긴 시간을 투자한다

흔한 레퍼토리이지만,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을 매진해야 한다는 1만 시간의 법칙,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가 있다. 몇 시간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안목을 키워온 사람의 내공은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 안목 있는 사람들은 해당 영역의 문맥(context)를 이해하거나 추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종종 '인사이트가 있다'라고 표현한다. 표면과 현상에서 읽는 원인과 분석 능력은 안목 있는 사람만 가능한 특별한 재주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원하는 정보를 어느 때보다 빨리 취득할 수 있는 시대인만큼 안목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 더 느껴지는 요즘이다. 안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길러지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노력이며,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 한발 더 나아간 관점을 갖고, 타인에게 영감까지 주기도 한다.




관심 있는 영역에 안목을 길러 아름다움을 찾는 눈을 갖추자. 분명히 특정 부문에서 누군가와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을 하리라 확신한다. 그런 사람들끼리 점점 더 모이게 되며, 그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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