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이랑 살면서 느끼는 것
전에 살던 집은 창문이 하나밖에 없는 집이었다.
혼자 살던 시기엔 우리 집이 한눈에 다 보이는 형태가 마음에 들었다.
굳이 방과 거실이 분리된 형태의 집에선 어차피 거실에서만 살거나 방에서만 살거라 통 원룸 같은 집을 선호했다.
그런데 아랑이랑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열 번씩 올라왔다.
아침에 내가 출근하고 나면 아랑이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최소 9.5시간.
도자기 수업을 가거나 약속을 가거나 일이 있어서 늦어지면 최대 24시간까지도 아랑이는 집에서 혼자 보낸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안 타지 않냐는 말이 무색하게
아랑이는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고 내가 집에 오면 마중을 나오고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외로움 많이 타는 고양이다.
물론 고양이답게 오래 만지면 싫어한다.
아랑이가 내가 없을 때 뭐 하고 있을까 씨씨티비를 설치하고 지켜봤다.
내가 자고 일어난 이불에서 계속 자다가 이번엔 내 옷장에 들어가서 계속 자다가 한 번씩 집을 살짝 돌아보고 다시 창가에 웅크리고 앉아있는다. 창가 자리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잠을 자거나 이따금 창 밖을 바라본다.
물론 고양이는 하루에 자는 시간이 12시간에서 16시간이라고 한다.
씨씨티비에서 보이는 그 모습은 그저 고양이의 습성대로 원래 자고 있는 걸 수도 있다.
그래도 감정이입이 들어간다.
나의 고양이니까.
내 소중한 가족이니까.
짠한 마음이 올라오고 내가 회사를 관둘 수 없다면,
내가 집을 비웠을 때도 아랑이가 심심하지 않을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진다.
아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창문 자리다.
특히 다 닫혀있는 상태의 창문이 아니라 바람이 느껴지고 냄새가 느껴지는 열어놓은 창문 앞을 좋아한다.
고양이한테는 티브이에 해당한다는 창문.
창문이 많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었다.
새들이 날아다니고 바람이 느껴지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는 창문 있는 집으로.
아랑이가 볼 수 있는 티브이 채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되었으면 하는.
그래서 이사를 갔다.
아랑이가 우다다를 해도 충분한 크기의 집으로.
아랑이가 볼 수 있는 창이 많고 오르락내리락하기 좋은 가구들을 배치하고
앞에는 정말 새들이 많이 날아다니는 집으로.
거실은 아랑이의 공간이니까 아랑이가 보는 창문은 언제나 보이게 커튼도 비치는 커튼으로.
아랑이와 나의 집이지만, 실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은 아랑이가 나의 3배는 되니까 아랑이 집으로.
좋다.
아랑이가 창문에서 집중한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우다다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고양이답게 점프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데 고양이가 살기 좋은 집은 정말 이런 집일까?
하고 싶은 말은 여기서부터다.
아랑이는 내가 집에 있으면 내가 있는 공간에 같이 있는다.
내가 방에 머물고 있으면 같이 방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 내가 거실에 머물고 있으면 같이 거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주방 바닥에서 망부석처럼 나를 쳐다본다.
아무리 넓은 집이어도 창이 많고 고양이가 점프할 공간이 많은 집이어도
고양이가 머무는 공간은 집사 옆이다.
지금도 예전에도 아랑이는 항상 내 옆에서 머문다.
고양이한테 가장 좋은 집은 사랑하는 집사가 함께 있어주는, 그런 집이 아닐까.
요즘 아랑이랑 보내는 시간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아랑이가 안 심심할 집에 살고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지금 이 집이 아랑이한테 좋은 집일까.
이렇게 또 자기반성을 한다.
아랑이가 사랑하는 집은 내가 함께 옆에 있어주는 집일텐데.
오늘은 더 쓰다듬어주고 더 사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