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과 아랑이의 행복 사이에서
아랑이를 키우기 전까지만 해도
출장을 가거나 서울에서의 약속을 가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비행기표가 다소 비싸다 싶어도
제주에선 약속이 크게 없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쉽게 표를 끊었다.
서울로 가는 비행은 내게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랑이가 왔다,
고양이가 내게 온 것이다.
아랑이를 혼자 두고 서울에 가는 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어두운 밤 고요함 속에 애를 혼자 두고 싶지도 않았고, 옆에 찰싹 붙어서 눈키스를 하는 아랑이를 며칠 동안 보지 못 하는 건 내게도 고역이었다.
서울에서의 약속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약속을 가면 당일치기로 다니기 시작했다.
출장을 갈 때면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출장이 필요 없게 일처리를 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피치 못 할 서울행이 생기면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나흘 넘게 가는 서울행에는 아랑이를 데려가자.
아랑이는 산책도 잘하는 고양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어린 고양이한테 비행기는 너무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공존했다.
동물병원과도 상담하고 기내용 가방에 들어가는 연습도 하면서 맞이한 아랑이의 첫 비행.
집사는 식은땀을 흘리고 모든 오감이 다 예민해져 있는데 아랑이는 비행기에서 너무 평온하게 창을 구경했다.
캐리어에서 심지어 잠까지 잤다.
본가에 가서도 마치 살던 집에 온 것처럼 돌아다녔고 부모님께는 손주처럼 애교를 부렸다.
그 이후로도 아랑이는 일곱 번의 왕복 제주-서울행을 했다.
아랑이가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집에서 혼자 장시간 보내지 않을 수 있고 부모님과 질 지내니 좋다고 생각했다.
저 작은 뒤통수가 창 밖에 보이는 세상을 보고 있는 걸 보면, 아랑이도 재미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본가에서 아랑이를 데려가려는데 애가 캐리어에 들어가기 싫어서 꾀를 낸다.
소파 밑에서 나오질 않고 좋아하는 간식으로 유혹을 해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한 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한 끝에 아랑이를 캐리어에 넣었을 때 날카로운 아랑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내 욕심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는 사실을 수없이 듣고 읽었으면서도 아랑이는 다르다고 스스로 믿어버린 내 욕심.
좁은 캐리어에서 낯선 냄새를 맡고 낯선 소리를 들으면서 숨을 곳도 없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아랑이는 참아준 것이지, 즐거웠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욕심 덩어리 생각들이 보였다.
아랑아 이제 내가 이해해줄게.
아랑이가 배려해준 것처럼 나도 배려하도록 할게.
내 소중한 고양이, 고맙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