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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안녕 May 14. 2020

혼자 사는 사람이 고양이를 키워도 될까요? -①

스스로에게 던지던 한결같은 질문, 남들도 하고 있지 않을까.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기에는 집에 고양이가 세 마리가 있었다.

고양이 화장실 청소는 아버지의 몫이었고 목욕은 우리 가족 넷이 모두가 필요한 주말 행사였고 간식과 사료의 구매는 어머니의 취향이 한껏 반영되었었고 고양이를 키울 때 필요한 상식은 넷이 모두 전문가처럼 말하곤 했다.


나는 고양이 세 마리를 키웠던 사람이다. 그러니 고양이에 대해서 이제 잘 알지.


내가 가장 오만하게 했던 생각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부끄럽기까지 할 정도.



제주에 와서 길에 사는 고양이들한테 정도 주고, 카페에 살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싶어서 매일같이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들은 "그러지 말고 고양이를 키우는 게 어때?"였다.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자신 없던 것은 내가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부분이었다. 당시에 나는 제주에서 언제 또 살아보겠냐는 생각으로 제주를 백 퍼센트 충만하게 즐기고 가겠다는 사념으로 살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집이라는 공간은 내게 있어서 밤에 들어와 잠만 자고 나가는 공간이었다. 하루 8시간 회사 근무, 취미로 하고 있는 도예, 배드민턴. 주말이면 제주 카페 투어, 오름, 올레길 마스터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집에 고양이가 있게 된다면? 

나는 애기가 임신을 했다 싶어서 애기라고 불렀다.
좋아하는 카페 고양이. 하도 자주 가서 가장 익숙하다.

내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 외롭게 만드는 행동이다. 내가 늦기라도 하면 어쩌나. 애는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데. 

물론 고양이를 들이는걸 아예 배제하고 살지는 않았다. 전에 살던 집 아래에 밥을 챙겨주던 임신한 고양이가 있었는데 사람을 경계해서 가까이 오진 않지만 모른 척 가만있으면 팔 뻗으면 닿을 수 있을만한 위치쯤에 앉아서 그루밍도 하고 나를 살펴보던 아이였다. 뜨거운 한여름에 이 고양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책을 들고 고양이 간식, 사료, 물을 챙겨 들고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한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땀이 뻘뻘 나는데도 오래 같이 있으면 나한테 더 다가오지 않을까. 저 아이가 직접 나한테 오면 그때는 내가 데려가야지. 그렇게 가끔씩 내 머릿속에 고양이를 데려가는 마음도 품었다. 물론 그 친구는 끝까지 나한테 다가오지 않았고 출산을 했을 무렵, 장마와 함께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못 본 아랑이의 모습


안녕 우리 아랑이.

고민을 2년쯤 했고, 아랑이를 만나게 된 건 2019년 5월이었다.

회사 동료가 키우는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가 임신을 해서 왔는데 새끼를 일곱 마리를 낳았다고 한다. 새끼 고양이들 보러 한 번 오지 않겠냐는 말에 아깽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알고 있는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칠 생각도 없었고 시간이 없었어도 보러 갔을 것이며, 실제로 그랬다. 아직 제대로 뛰어다니지도 못하는 쪼끄만 냥이들이 성냥 깨비 같은 꼬리를 치켜세우고 노는 모습을 보는데 극도로 흥분했다. 이성적 판단도 되지 않았다. 그중에 얌전하게 앉아서 나를 갸우뚱갸우뚱 쳐다보던 아이가 아랑이었다. 일곱 마리 중에 아랑이만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아랑이가 아직 아기 고양이였으니 나는 아랑이가 형제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도록 2개월 뒤쯤 데려가기로 약속했다. 아랑이는 그렇게 묘생 4개월 차에 나와 동거를 시작했다. 더 어린 시절의 아깽이 모습으로 있을 때가 얼마나 숨 막히게 귀여운지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더 일찍 데려오지 않은 건 지금도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3개월 차까지 다른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고양이로써의 소양을 익힌다. 어느 정도 강도로 물면 아프다는 것부터 모래에 볼일을 보는 법, 그루밍하는 법 사회생활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아랑이를 데리고 오던 날 밤, 나는 차 안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아랑이가 내 차에 올라탄 순간부터 샤우팅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날카로운 음성. 엄마와 형제들과 떨어트리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울고 있는 아랑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내내 생각했다.

"아랑아, 진정해줘. 괜찮아."   

쉼 없이 말했고 놀랄까 봐 천천히 운전하면서도 내가 이 아이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건 아랑이한테 의사를 전혀 물어보지 않고 데려가는 것이니 납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아랑이와 제주에서 첫 단추를 끼웠다.

한 편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아마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의 내 감정, 내 생각을 최대한 장황하게 다 설명해보려고 한다.


나와 합사 1일차

아랑이와의 첫날밤은 다음 글에서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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