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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안녕 Sep 05. 2019

길에 사는 동물들

차라리 마주치지 않았으면

요즘 단지 내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동물들이 있다.

처음 만난 친구는 TNR이 된 삼색 고양이.

멀리서 봤을 땐 TNR이 안 된 줄 알고

임신냥인가 하고 걱정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오른쪽 귀가 작게 잘려있다.

한여름 임신냥이는 아니구나 하고 다행.


길고양이가 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뒹굴고

겁도 없이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면 난 또 괜한 걱정을 한다.


길에 사는 동물들은 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하는데 해코지당하면 어쩌려고 애가 저렇게 사람을 믿지.


몇 번 보다 보니 눈에 밟혀서 밥도 한차례 챙겨줬다.

오도독 오도독 사료 먹는 모습을 보니 또 걱정이다.


내가 밥을 줘서 사람들을 만나면 좋을 거라고 인식하게 하면 안 되는데. 앞으로도 길에서 살 거라면 계속 사냥을 해야 먹고 살 텐데. 사람 손에서 떨어지는 밥을 다 믿게 하면 안 되는데.


사료를 주는 순간에도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든다.


왜 길에서 태어나서 날도 이리 더운데 하필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곳도 없는 단지 내에 와서, 하필 이렇게 차도 많이 다니는 곳에서 떠돌고 있냐고. 왜 하필 또 내 눈에 밟혀서 이리 속상하게 하냐고.


다음으로 만난 길에 사는 동물들은

크고 작은 개들이다.

나도 고양이를 키우지만

길에 사는 아이들은 개들이 더 딱하다.


고양이는 비가 오고 사람들이 오면 민첩하게 풀숲에 잘 숨기라도 하는데. 개들은 그러질 못한다.


숨는다고 숨은 건가 본데 너무 잘 보인다.

겁이 나면 도망가야 하는데 오히려 겁이 나니까

큰소리로 짖어버린다.

작기라도 해서 사람들이 무서워라도 하지 않으면 모를 텐데 큰 몸집을 본 사람들이 다들 겁을 내서

좋다고 다가가도 사람들은 피해버리거나 위협한다.


굶어서 잔뜩 마른 몸들.

단지 내에 있는 풀이나 뜯어먹고 있는 모습.


신고를 하면 될까. 신고해서 보호소에 갔다가 입양이 되지 않으면 결국 안락사일 텐데, 그게 더 저 아이들을 위해주는 게 맞는 걸까. 저렇게 큰 개들은 입양도 안될 텐데.

또 고민이 된다.

보고 있으면 무서우면서도 속상하다.


슬슬 단지 내 커뮤니티에서 큰 개들이 돌아다녀서

무섭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우산으로 위협해서 쫓아냈다는 글도 올라온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온다.


내가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길에 사는 저 아이들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평생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나설 수는 없다.

명확하지 않게 행동하면서 딱한 감정만 가지는 것도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속상한걸 속상하지 않게 생각하진 못하겠다.


왜 하필 또 사람을 좋아해서 그 큰 몸으로 꼬리를

흔들면서 자꾸 사람을 따라가는지.

왜 그리 경계를 하지 않는지.

경계를 해도 너는 앞으로도 그리 평생 긴장한 채로 살아야 하는겐지.


길에 사는 동물들을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결국에 다들 자기 밥그릇은 다 가지고 태어나겠지.라고 생각해도 왜 하필 쟤는 저렇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여기가 인간만을 위한 땅은 아닐 텐데.

같이 살 수 있는 거라면 작고 힘없는 너희들에게도 좋은 땅이 되면 좋을 텐데 말이다.


차라리 보지 못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비 맞고 있는 개들을 보고 나니 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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