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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안녕 Feb 17. 2020

고양이가 좋아하는 놀이

아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숨바꼭질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른 것처럼 고양이도 좋아하는 게 다 다르다.


본가 냥이들과 아랑이를 비교해도 다른데 아랑이는 나와 둘이서만 지내와서 그런지 나를 놀이 상대로 보고 같이 놀자고  표현하는 편이다.


첫 번째로 아랑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봉지.

바스락거리는 봉지 하나면 한참을 신나게 놀 수 있는데 봉지에 손을 가져다 대고 바시락-하고 소리를 내면 아랑이가 꾸욱 우웅 하는 귀여워 미치겠는 소리를 내면서 뛰어온다.

그러고선 봉지에 들어가는데 봉지 겉에서 툭툭 쳐주면 안에서 신나서 봉지밖에 있는 손을 잡으려고 바쁘다.


두 번째로 아랑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얇은 끈으로 된 큰소리가 안나는 장난감들.

더 유연하게 움직여서인 건지, 실제로 사냥하는 느낌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만 벨이 달리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장난감에는 몇 번 시선만 주고 신바람 나게 뛰는 게 없다.

그런데 정작 소리가 안나는 흔들리는 장난감을 보면 엉덩이를 흔들고 눈동자를 키우고 바로 사냥 태세에 돌입한다.

예를 들면 책에 달려있는 얇고 유연한 책갈피. 고양이 몰에서 많이 사면 서비스로 보내주는 2000원짜리 오뎅꼬치.

다른 장난감은 금세 지겨워하면서 여전히 저런 건 꾸준하게 반응하는 거 보면 저렴한 입맛 같으니라고 싶으면서 꾸준하게 좋아해 주는 장난감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세 번째로 좋아하는 놀이는 간식 던져주기.

트릿이나 템테이션을 집어 들면 아랑이는 그때부터 뛸 준비를 시작한다.

하도 자주 했더니 던지는 척을 하면 예전엔 100프로 확률로 속았는데 이젠 30퍼센트 확률로 속고 고개만 돌려서 확인한다. 이제 패턴이 보이나 보다.

던져주면 신나서 뛰어가는데 더 놀고 싶을 땐 먹지 않고 다시 물어다 주기도 하고, 간식이 던져진 자리로 뛰어갔다가 먹지 않고 다시 뛰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초흥분상태의 꼬리 펑-!


마지막으로 대망의 최애 놀이는 술래잡기다.

한 마리 짐승이 된 것처럼, 내가 큰 고양이다 라는 마음으로 아랑이랑 잡기 놀이를 하는데 이건 내가 먼저 시작할 때도 있고 아랑이가 먼저 시작할 때도 있다. 술래잡기를 하고 싶은 아랑이는 가끔 내가 방에 있을 때 나올 타이밍을 봐서 문 입구에서 깜짝 놀랄 높이로 점프를 하면서 날 놀라게 하고 도망치거나 걸어가는 내 다리나 엉덩이를 점프해서 톡 치고 도망친다. 그러면 어지간하면 나도 같이 뛰면서 잡으려고 따라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룰은 진짜 잡으면 안 된다. 가까워질 때쯤 살짝 놓치고 숨어있는 게 보이면 근처에서 헤매는 척을 하고 나름 고도의 머리를 써서 놀아야 한다. 하다 보면 아랑이 털이 죄다 곤두서고 나중엔 소리도 지르면서 뛰고 마지막엔 지쳐서 바닥에 누워서 숨 고르기를 한다.


여기까지가 아랑이가 좋아하는 놀이들이다.

아직은 어린 청년 냥이라 모든 놀이에 관심을 보이지만 더 나이가 들면 장난감에 대한 반응도 하나둘씩 줄어들 거란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럴수록 난 아랑이가 좋아하는 놀이가 무엇인지 더 열심히 캐치할 것이다. 더 건강하게 더 재밌게 행복한 고양이로 살 수 있게.

한 번은 꼭 정리해두고 싶던 아랑이가 좋아하는 놀이. 서울에 와있는데 어서 제주에 가서 아랑이랑 놀고 싶다. 부드러운 털이 바쁘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숨 고르기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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