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잡고 함께 해야 만찬이다

월급 전 주는 돈이 없어 만찬은 못해도 휴재를 하기는 좀 그러니까.

by 이너위키InnerWeaki


오랜만에 본가에 갔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가는 날은 아니었지만,

광복절이고,

심심하던 터이기도 했으므로,

부모님을 볼 겸 집으로 갔다.


저녁 즈음 해서 집에 갔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했고,

차를 몰고 나가,

대로변을 달리면서도,

우리는 갈팡질팡 했다.


첫 번째 방문했던,

묵은지 닭볶음탕 집이 문을 닫았고,

골목길은 밀려드는 차들로 붐볐으므로,

우리가 탄 차는 어쩔 수 없이,

도로로 쫓겨났다.


마지막 까지도,

아귀찜을 먹을까,

회를 먹을까,

세 가족이 머리를 맞댔고,

결국엔 마침 도로변에 횟집이 보여,

차를 돌렸다.


횟집 내부는 꽤나 시끄러웠다.

아무래도 도매로 회를 떼어 파는,

큰 식당이었으므로,

점점 모여드는 사람들의 말소리,

술에 벌게진 언성,

갖은소리가 한 데 모여,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마주 앉아,

꽤 신선한 회와 푸짐한 매운탕을 먹으며,

혀는 만족했던 식사를 했으나,

어쩐지 나는,

답답함이 한 구석,

아쉬움이 다른 한 구석에,

자리함을 느꼈다.




만찬이 더할 나위 없는,

충만함을 부어 주었던 것은,

맛있는 음식 그 자체도 한몫을 하겠으나,

그보다는,

사람들 간 나누었던 서로의 삶,

그 이야기 자체였다.


어쩌면 부모님 말처럼,

내가 남들보다 예민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다,

가족끼리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말없이 묵묵히 밥을 넘기는 행위,

그리고 그 옆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족의 유대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야말로 어쩌면,

이야기와 인생,

각자가 갖고 있는 의미 같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정의하기 나름일 가치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만찬을 경험해 버린 나는,

그저 먹는 행위뿐인 식사에서는,

식사를 다 마친 이후에도,

어쩐지 계속 배가 고팠다.


각자가 오랜 시간 동안,

품에 꽁꽁 싸매두어,

어느새 따끈해진,

심지어 달궈진 그 이야기들을,

만찬의 식탁 위에 조심히 올려 두었을 때,

음식이 적어,

손님들을 더 먹이고,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아도,

그걸로 충분했다.

더는 배고프지 않았다.


일에 치여 시간을 내기 어렵고,

피곤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갖고 싶은 다른 것에 돈을 쓰고 싶을 때,

종종 생각했다.


만찬을 계속하는 것이,

나의 강박이 아닌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우선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초조함과 압박이 앞서는 게 아닐까,

정말 그게 옳은 방향일까, 하고.


어쩌면,

만찬을 차리는 동기와,

이야기를 먹고 나누고자 하는 이유는,

집착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서로가 필사적으로 서로에게서 도망치려는,

고립과 고독의 사회에서,

나는 나의 이기적 본성을 거슬러,

사람이 있는 자리로 나를 놓아두기 위해,

만찬을 시작했다.


사람을 끔찍하게도 혐오하던,

그 속엔 나마저도 포함됐던,

그 시간들을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떠올리면 행복과 그리움으로,

눈물이 흐르는 그 시간 속에도,

사람이 있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어쩌면 강박일지 모를,

때로는 번거롭고 품이 많이 들고,

텅 빈 지갑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

만찬을 어떻게 해서든 차려내,

사람들이 있는 곳에,

도망가려는 나를 붙잡아,

나무처럼 심으려 한다.


자라고 자라서,

사람들이 다가와,

함께 쉬고,

열매를 따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렇게 다시 한번 더 성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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