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모처럼 맞는 이 안식년 같은 시기를 그냥 보내기 아쉬웠다.
여름휴가치고는 조금 긴 몽골의 별은 황홀했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 이 시간을 더 잘 사용해 보고 싶었다.
넉넉하진 않지만 외노자 생활 때 모아둔 돈과 퇴직금 조금이 있었고 시간은 충분했다. 어쩌면 시간만큼은 차고 넘쳤다.
그리고 바디프로필 준비 겸 틈틈이 운동을 해와서 체력도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
시간, 돈, 체력 이 3박자가 갖춰지기는 매우 어렵다.
어릴 땐 돈이 없어서, 장성해서는 시간이 없어서, 노년에는 체력이 없어서라는 핑계 아닌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넉넉하진 않아도 마침 그 3개가 내게 작게나마 있었고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지 고민해 본다.
후보에 올랐던 게 국토대장정, 미국횡단, 중국여행 대충 이 정도였다.
너무 추상적인가 싶기도 해서 타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평소에 대화는 잘 없지만 그래도 하나 있는 여동생에게 자문을 구해본다.
2살 어리지만 어릴 때부터 해외 이곳저곳 자주 나갔어서 경험이 많았기에 어디가 좋을지 물어봤다.
나: ㅎㅇ 뭐 함? 일중? 나 물어볼 거 있음
동생: ㅇㅇ 말하삼ㄱㄱ
나: 여유가 생겼는데 어디 가기 좋은데 있음? 빡센데로 추천 ㄱㄱ. 국토대장정, 미국횡단, 중국여행 이렇게 대충 생각 중임
동생:??? 일 안 함? 팔자 좋네ㅋㅋ 음.. 나는 개인적으로 유럽이 좋음 그중에서도 스페인이 제일 좋았음. 글구 거기 순례자의 길이라고 있음 나는 시간 없어서 못했는데 함 찾아보셈ㅋ
(실제로 작년에 결혼한 여동생은 스페인과 크로아티아를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다.)
-리얼함을 위해 실제 카톡 대화체로 기재합니다... 남매들이 다 그렇죠 뭐
생각해 보니 내가 퇴사한 지 모르는 여동생이었고 뒤이어 보내준 관련 링크들을 눌러 확인한다.
"프랑스길? 프랑스 남부에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800km를 걷는다라... 800km?!! 가만있어보자.. 마라톤이 42km였지?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며 인터넷에 있는 순례자의 길 자료에 점점 빠져든다.
"아휴~ 그래! 이때 아니면 내가 또 언제 해보겠나. 해보자!"
생각보다 좋았다. 아니 어쩌면 검색만으로도 매우 들떴다.
출발지는 여러 곳이었으나 도착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귀결되는 이 길은 종교적인 성지라는 배경을 떼고 봐도 아름다운 이 길 자체가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요즘 빠져버린 낭만이라는 감정이 가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다.
백만장자와 같이 아무나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나 갈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누구나 갈 수 없는 이 길에 마음이 동했다.
그렇게 여행을 위한 계획을 세우며 고민하는도 중 쓸데없이 시작점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행위와 과정 자체가 멋짐은 틀림없으나 그 서사도 멋있고 싶었다.
파리에서 출발하는 이 길이 조금 더 의미 있고 낭만이고 싶었다.
‘뭔가 더 특별한 건 없을까? 다시없을 기회 같은데...’
한국인임을 티 내는 R.O.K.A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과 같은 그런 소품만으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이 여정의 서사가 더 멋지길 원했다.
동일한 맥락으로 한국에서도 아무나 갈 수 있지만 누구나 갈 수 없는 곳을 고민하던 중 문뜩 하나가 떠올랐다.
”여기다 여기! “
그렇게 울릉도 그리고 독도를 계획한다.
찾아보니 마침 성수기가 끝날 무렵이었고 숙박시설은 당일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수월했다.
게다가 오랜만에 연락온 18년 지기 친구 놈과 근황을 얘기하던 중 함께 가고 싶다는 의견을 수용해
자차를 이용하여 차량을 선적해서 가기로 계획했다.
경찰청에서 일하는 이 고등학교 친구 놈은 올해 여름휴가를 아무것도 없이 보낼 계획이었으나 독도라는 단어에 마음이 동했다. 결정했으니 서둘러 계획을 세웠다.
동행하기로 한 친구는 전주에서 거주 중이었고 전날 전주에 내려갔다.
친구집에서 가볍게 회포를 풀고 새벽에 출발했다.
새벽에 운전하는 길은 고요했고 해안가가 보일 때쯤 일출이 우리를 반겼다. 조수석에서 자고 있는 친구를 깨우며 우리는 일출과 함께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 도착 후 차량을 배에 선적하고 선실에 들어간다.
새벽부터 운전해 한숨 자려는 찰나 휴무와 여행은 음주가 빠질 수 없다는 친구의 얘기에 스낵바로 간다. 생각해 보니 운전자인 나는 음주가 안되지 않냐며 핀잔을 주고서는 아쉬운 마음에 친구의 마른안주 한 줌을 크게 움켜쥐고서 달아났다. 구시렁대는 친구를 뒤로하고 바람을 쐬러 갑판으로 나간다.
청량한 바람을 쐬고 나니 상쾌해진 기분. 이 시원함을 담아 온 뒤 선실에서 한숨 자고 나니 개운하다.
그리고 얼마 뒤 울릉도에 도착했다.
도착 후 선적된 차량들은 빠르게 하적 되었으며 긴 기다림 없이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던가.
근처에 유명하다는 물회를 먹고 이제 울릉도 탐험을 시작한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근처에 있는 산책로를 걷기로 한다.
사동항에서 행남해안산책로까지는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금방 도착한다.
도착하고 나니 주차할 자리가 넉넉해서 편하다.
하트를 그리는 오징어 옆길로 쭉 따라가면 행남해안산책로가 펼쳐진다.
울릉도를 잠깐 검색하면 바가지요금 같은 안 좋은 키워드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 안 좋은 여론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깨끗한 바다가 펼쳐진다. 보통 해안가 어딜 가더라도 지면과 닿아있는 해안은 쓰레기가 떠다니거나 비릿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긴 산책로 내내 페트병하나 떠다니지 않는 깨끗함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마치 계곡 물속과 같은 투영도를 보여주는 이 바닷길은 연신 감탄의 연속이었고 바다 한가운데의 섬이라 그런지 청량한 바람까지 불어와 아직 여름임에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산책하는 내내 군산이 고향인 친구는 어떻게 바다가 이럴 수가 있냐며 연신 감탄을 한다. 이국적인 이 광경에 서로 핸드폰을 꺼내 열심히 찍어대며 산책길을 걸었다.
가는 도중 재정비중으로 길이 막혀있어 끝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즐거운 길이였다.
산책로를 걷고 나니 앉아서 쉬고 싶었는지 좀 한적한 곳에 정박해 앉아 쉬기로 한다.
이동하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 주차장 근처에서 파는 오징어와 간식거리를 비롯해 태극기를 샀다.
내일 계획된 독도를 위한 태극기였다. 구매하는 과정에서 무슨 욕심이 났는지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상인분에 말에 친구 놈이 태극기를 왕창 구매한다. 무슨 생각인지 뭉태기로 산 태극기는 '쓸데가 있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주차장을 벗어나 좋은 스팟을 찾기 위해 해안도로를 따라 쭉 이동해 본다.
길은 좁고 방지턱이 많기에 속도를 낼 수도 없거니와 사방에 펼쳐져 있는 절경은 운전자를 느긋하게 만들어준다.
창문과 선루프를 다 개방하며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며 이동한다. 빛을 머금은 파도가 유연히 찰랑거리며 청량한 바람이 차 안에 가득하다. 한적한 어촌이었으나 스산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낮은 건물들과 조용한 거리.
어느새 벌써 14년 전.. 파스텔톤으로 남아있는 20살의 제주도 그 한적했던 바닷길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얼마 가지 않아서 뜬금없이 바다에 기둥처럼 세워진 기암괴석이 보인다. 조금 더 다가가니 가까이 가서 볼 수 있게끔 갓길과 전망포인트가 마련되어 있다. '여기다 여기!' 소리치고서는 얼른 차를 갓길에 대고 트렁크에서 캠핑 의자와 스피커를 꺼내 바다를 보며 이 바람에 빠져든다.
삼선암으로 불리는 이곳은 여행객들이 오며 가며 한 번씩 들러 느린 시선으로 훑고 가는 관광지였으며 9월의 첫째 날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을 시기이나 이곳은 청량감으로 가득했다.
삼선암은 울릉도의 아름다운 해양 절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일선암, 이선암, 삼선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선암은 발달된 주상절리가 파도의 작용을 받아 떨어져 나가면서 기둥의 시스택을 이루고 있으며 표면에는 풍화에 의해 벌집처럼 구멍이 생긴 지형인 타포니가 발달해 있다. 특히 이곳에는 울릉도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세 선녀 중 가장 늑장을 부린 막내선녀가 변한 일선암에는 풀조차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출처 : 울릉도, 독도 지질공원>
해는 져가고 오늘 일정도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가는 길 발코니에서 밤바다를 보며 독도 소주로 오늘을 기념하기로 계획한다.
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주류를 구매하였고 숙소로 돌아와 닭갈비와 볶음밥 그리고 꽃게라면을 후다닥 만들었다. 그리고 차려진 식탁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철썩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6:30
9:00에 출발하는 뱃시간을 맞추기 위해 나는 아침부터 부산히 움직인다. 기분이 과도하게 좋았던 친구는 과음을 했다.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것을 보며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듯이 열심히 굴려가며 깨운다.
물까지 뿌리니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고 우리는 사동항으로 향했다.
허나 신분증을 두고 온 친구로 인해 숙소를 다시 갔다 왔고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승선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그 와중에 챙겨 온 오징어. 울릉도는 오징어라며 어제 산 오징어를 씹어대며 독도행 선박을 기다렸다.
대합실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모두가 설레고 기대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날이 좋아서, 파도가 적당해서, 모든 것이 좋아서야 도착할 수 있는 이 도깨비 같은 조건은
독도에 발을 붙이기 위한 조건들이다.
날이 많이 좋지 않으면 배는 운항하지 않는다.
막상 출항을 하더라도 파도가 높으면 독도에 정박하지 않는다.
내내 파도가 잠잠하다가도 독도에 도착할 때쯤 파도가 높다면 입도할 수 없다.
통계적으로는 입도 성공 확률이 25%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시간이 많다.
그리고 나는 성공할 때까지 울릉도에 있을 목적으로 왔기에 친구는 이 인디언식 기우제가 단번에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 사실을 마주했을 때의 친구의 곱지 않은 시선은 아직도 나를 향한다.
그렇다. 공무원인 이 친구는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다.
기다림 끝에 승선을 마쳤으며 독도를 향해 가는 이 길. 모두의 염원들이 표정에서 읽힌다. 작은 파도에 의한 흔들림에도 탄식들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독도 주변에 도착하고 정박을 서너 번 시도하는 과정은 모두의 숨을 죽인다. 마치 한일전 승부차기 골을 실패할 때마다 나올법한 탄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입도에 대한 간절함이 통했을까. 나오는 탄식들을 뒤를 이어 정박에 성공했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하선하라는 방송이 나온다. 다들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리도 내딛는 독도.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은 많고 적게 태극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뽕이 과하게 들어간 친구 놈은 태극기 그 자체였다.
태극기 더듬이 머리띠를 쓰고 양쪽 카라에 태극기 배지 하나씩 그리고 가슴에 배지 하나,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다녔으며 주머니에는 태극기가 가득히 꽂혀있었다.
어깨 견장으로까지 태극기를 달고 싶어 했으나 이미 충분히 광대 같다며 나는 다그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지나가는 어르신이 태극기 장사꾼인줄 알고 하나에 얼마씩 파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자연스러웠던 거 같다. 물론 팔지 않고 빌려드렸다.
전날 싸게 파는 거라며 작은 노점에서 오징어와 함께 태극기를 왕창 산 친구가 어깨를 으쓱댄다.
나는 내손에 잡힌 태극기 하나만으로 만족 기했기에 고개를 돌렸다.
20-30분간의 짧은 정박시간은 빠르게 섬을 둘러보기에도 부족하다. 저마다 이곳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촬영들이 한창이다. 짧은 시간임에도 이곳에 있는 모두는 벅찬 표정이 가득하다. 입도에 성공했다는 희열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 것이나 우리의 영토를 다시 한번 공표하는 저마다의 마음. 어린아이 어르신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마음이다.
난생처음 보는 타인이지만 우리 모두 하나라는 마음에 서로 간에 미소지음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렇게 우리 모두 마음 한편에 있는 태극기를 바탕으로 한 손에는 태극기를 치켜들며 이 외딴섬에서 다시 한번 우리 땅의 영토임을 외친다.
이렇게 한여름의 짧은 독도여행을 마무리하고 울릉도로 돌아온다.
아침 일찍 시작된 여정은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뒤이은 일정 계획은 천부해중전망대였으며 전망대로 가는 도중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간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입맛에 가장 맞았던 식당이었다.
작은 어촌분위기의 동네에 있는 몽돌분식이라는 식당이었으며 친절한 아주머니들과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에 남는다.
식당에서 나오니 날은 점점 흐려지고 파도는 높아진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오늘 독도를 못 갔을 거라는 생각에 친구의 안도의 한숨이 들려온다.
뒤이어 밥을 먹었으면 커피를 먹어야 한다는 논리로 커피를 마시러 이동한다.
마침 근처에 있는 유명한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 올라'라는 이 카페는 남자 둘이 오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애석하게도 이쁜 게 너무 많았다.
다음에는 이성과 손잡고 오자는 친구의 간절함과 함께 음료와 간식거리를 주문했고 차분히 이 건축물을 뜯어본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이곳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작품 안에서 즐기는 도시스러운 디저트는 다시 한번 이색적인 경험으로 남았다.
카페인도 채웠겠다 이제 조금 더 이동해 바다에 가까이 가기로 한다.
가는 길 날은 점점 흐려지며 보슬비가 내린다.
여기서 조금 떨어져 있는 천부해중전망대로 계획을 세웠다.
울릉도 자체가 큰 섬이 아니기에 조금만 운전해서 이동하면 어디든 금방 도착한다.
동선이 겹쳐도 큰 체감이 되지 않기에 가고 싶은데 위주로 선택해서 이동하는 게 좋을 듯하다.
뒤이어 도착한 천부해중전망대.
전망대로 걸어가는 길. 바람은 거세고 파도는 높다.
쨍한 날 사진이 이쁘게 나올법한 바란 배경의 바닷길이었겠으나, 소리 없이 내리는 보슬비는 빛바랜 기억처럼 탁해진 배경으로 우릴 안내한다.
거센 해풍을 피해 우리는 전망대로 바로 들어갔으며 이내 지하로 내려간다.
전망대 밑으로 들어가면 아쿠아리움처럼 벽면이 통유리로 된 공간이 펼쳐진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바닷속 풍경과 먹이를 먹는 물고기들에 눈이 자꾸 돌아간다. 실제 바닷속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이 공간. 물고기를을 보며 오늘 저녁 메뉴를 떠올린다. 그래, 회가 좋겠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 끝에 쥐치회를 먹기로 결정하고 전망대를 나선다.
전망대를 나선 뒤 활어직판장에 가서 쥐치와 오징어를 구매했다.
그리고 숙소에 가기 전 기념품을 사기 위해 독도문방구와 여행자센터에 들렀다.
여행자센터에서는 독도에 온 걸 기념하기 위해 독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구매하였다. 이걸 입고 순례자의 길을 걸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어온다. 계산대에서 독도를 방문했다고 하니 방문 날자를 티셔츠에 새겨주겠다고 한다. 나는 오늘 날짜인 9월 2일로 새겼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간다. 돌아오는 길 날은 점점 개어간다.
여행자센터(울라 웰컴하우스) 울릉도 방방곡곡의 매력 있는 장소들을 안내하니 여행도중 한 번 들러보기를 추천합니다. 볼 것(명소) 먹을 것(맛집) 체험할 것 등등 카테고리를 나눠 예쁜 카드로 만들어져 있으며 챙겨기가 좋습니다.(카드는 무료입니다.)
돌아온 숙소. 몸에 베인 해풍을 씻어내고 저녁준비를 한다.
메뉴는 쥐치회와 오징어 회 그리고 어묵탕. 어제 라면에 넣고 남았던 꽃게와 쑥갓을 넣으니 그럴싸하다.
발코니로 나가 상을 차렸고 술잔을 기울이며 오늘을 기념한다.
성공적인 독도행과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그리고 독도는 우리 땅.
그렇게 어른 아이 같은 우리의 둘째 날이 마무리된다.
3일 차
여기저기 갈 계획은 많았으나 느지막이 일어난 아침은 선택지가 강제로 축소되었다.
독도에 입도가 성공했기에 오늘이 여행 마지막날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오늘 가고 싶은 관광지중 하나를 골라 느긋하게 가보기로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보말칼국수를 먹고는 가볍게 커피 한잔을 들고서 모노레일을 타러 가기로 한다.
목적지는 태하향목에 있는 대풍감 전망대. 모노레일을 타고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모노레일을 기다리면서 보이는 자매협력도시목록은 우리를 의아하게 한다. 뜬금없이 울릉도랑 텍사스가 왜 협력도시인가 싶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 20명 정도 탑승이 가능한 모노레일 2칸이 내려온다.
천천히 탑승을 마치고 나니 5분~10분가량 올라갔으며 모노레일 안은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했다.
도착해서 15분가량 걸었을까 유리벽으로 이뤄진 전방대가 보인다.
탁 트인 바다가 보였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신이 나게 달려갔다.
새파랗게 펼쳐진 해안가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에매랄드빛 해안선을 지나 코발트블루 빛으로 물들어 가는 바다는 이 여행 어떠한 바다보다 인상 깊게 남는다.
나는 벅찬 마음으로 전망대 끄트머리에 서서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려본다.
굽이굽이 펼쳐지는 경계선 명확한 해안선과 넓게 퍼진 파란 바다.
그 위 해안선을 기점으로 푸른 파스텔톤의 하늘.
각자의 높낮이에서 새겨진 색감은 하나의 화음처럼 아름답게 섞인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색채에 감동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이곳을 마주하고 나니 우리나라 10대 비경이 이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구나 싶다.
CG가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깨끗한 바다는 그렇게 푸르게 기억되었다.
전망대를 내려오니 어느덧 울진행 뱃시간이 가까워졌고 천천히 섬 한 바퀴를 돌며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여유 있게 도착한 선착장. 선착장에서 바다를 보며 둘이 함께한 이 여행담을 풀어놓는다.
대부분 영양가 없는 우스갯소리였으나 충분히 즐겁다.
오랜 지기와 함께한 이 우발적인 여행은 나의 긴 여정길을 시작하기 전 무거움을 덜어주는 부드러운 애피타이저일 것이다.
그렇게 출항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다시 울진항으로 이동한다.
배에 승선 후 피곤했는지 바로 둘 다 곯아떨어졌다.
도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일어나서 보니 일몰이었고 선박에서 바라보는 일몰로 울릉도 여행의 막을 내린다.
울진항에 도착 후 전주까지 친구를 바래다주고 다음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제 마주할 여정의 계획들을 정비한다. 체크리스트로 필요물건을 하나 둘 체크해 가는 과정은 매일 아침 문 앞에 쌓이는 로켓배송이 함께했다.
울릉도/독도부터 시작하는 표류기 생활
순례자의 길 그리고 이어지는 배낭여행
이렇게 나는 여행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