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그녀의 정거장.
동네를 한 바퀴 걷는다. 그렇게 동네를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정류장이 나온다. 할 일 없는 휴무날, 괜히 운동은 하고 싶은 날,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올라가면 조용하던 동네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바뀌어 차 소리로 요란해지곤 한다. 그래서 그곳을 좋아한다.
그곳 벤치에 앉아있으면 세상의 온갖 차와 사람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그날도 어김없이 그곳으로 올라갔고 또 어떤 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집 앞으로 오는 시내버스에 올라타보기도 했다. 버스가 모르는 곳으로 가버려도 언젠가 돌고 돌아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복잡한 인파 속에서 간신히 좌석에 앉아 여유롭게 흘러가는 바깥 풍경을 봤다.
나를 어디서 방어해야 할지 눈치만 살피던 시간을 지나 버스에 올라타 있는 지금의 나는 어딘지모르게 조금 여유롭다. 어딘가에서 내리고 올라타는 사람들이 흘리고 간 뜨거운 바람만 간간히 훅, 얼굴에 끼쳐올 뿐이다.
겨울도 좋아하긴 하지만, 얼굴을 벨 듯한 얼음장 같은 공기는 오래 참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무작정 따뜻한 버스 안으로 몸을 던진 것도 있겠지만, 나를 무심코 지나가는 깜빡거리는 신호등의 불빛과 여러 사연을 품고 달리는 자동차들을 품은 도로의 풍경과, 그 옆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이것 때문에 내가 버스를 그렇게 갑작스레 탔다는 생각이 든다. 정겨운 풍경을 마주하면 반갑다. 그러다 떠나가는 풍경이 때론 야속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내 생각은 몇 정거장을 지나 바뀌고 만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떠나갔던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떠나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 어디쯤 출발해서 어디에 당도한 걸까. 플레이리스트는 어느덧 아이유의 정거장에 도착하고. 나는 꿈결처럼 동네를 이곳저곳 배회한다.
https://youtu.be/3nDzKulmSpg?si=XcLRtaYFwM9C1sg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