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자르다가

24 마음이 잘려나갔으면 했던 날

by 이단단

한때는 마음이 손톱처럼 잘려나갔으면, 하고 바랐던 적이 있었다. 마음이 손톱처럼 쉽게 잘려나가는 것이었다면 얼마나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이 단순하고 좋았을까. 그냥 때맞추어 길어지고 성가셔지면 잘라내어도 아무런 고통도 없는 손톱. 마음이 그런 손톱 같았다면 까짓 것 사랑이나 사람한테 받은 상처 앞에서 조금 더 의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랑 앞에서 상처받는 일이 없을 테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온갖 범죄도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았을까. 그런 이유로 마음이 손톱과 같았다면 잘려나간 마음은 다시 자라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간단히 잘라내기만 하면 되는데, 그런 마음 앞에 사람이 사랑을 하는 것에 과연 두려울 것이 있을까. 그래서 마음만은 제발 손톱이길. 미련은 이토록 쉽게 잘려나가길. 하며 이 모든 것을 숨죽여 바라고 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의연해졌지만 가끔 불쑥 찾아오는 고통은 역시나 맞을 채비를 하지도 못한 채로 새로운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다음 인연은 부디 아픈 인연이 아니길. 잘려나가길 바라는 고통을 동반한 그런 것들이 아니라 마음의 손톱이 길어 성가셔도 마냥 예뻐 보이고 좋아 보이기만 하는 것들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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