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때가 묻는다는 것

23

by 이단단

책이나 물건에 때가 타는 것을 보면 그것을 향한 주인의 애정과 집착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책의 한 챕터가 유독 닳아 있다거나, 어느 특정한 물건이 닳아있는 모양. 이런 것 등으로 우리는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애정 어린 손길을 건네주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의 손때가 묻을 때에야 인간은 비로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간혹가다 내 것이 되었다고, 혹은 한없이 아낀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과 소중한 사람을 어딘가에 처박아두고 방치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사람과 그에 속해 있던 관계는 결국엔 삭는다. 찬장 구석에 쌓아 놓고 나중에 써야지, 나중에 써야지. 하다가 관계도 삭아버려 부스러지는 접시처럼 영영 쓰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사람은 더 사랑하는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옆에 있을 때 서로 최대한 쓰다듬고, 사랑하고, 친밀하고, 슬퍼해주어야 한다.

keyword
이전 22화자취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