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직전에 내리는 겨울비는 묘한 분위기를 가진다. 춥지 않지만, 어딘가 서늘한 공기 속에 흙냄새와 비 냄새가 섞여 온 세상을 감싼다.
그 순간만큼은 지난겨울을 보내는 애틋함과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 공존 하는 것 같다.
어릴 적 기억도 바로 이런 날씨에 되살아나곤 했다.
마치 비 냄새가 어제까지 잊고 있었던 추억들을 살포시 불러오는 듯한 기분이다.
우비를 쓰고 비를 맞으며 우산도 쓰지 않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르고, 달팽이 잡던 기억과 그 순간의 감정들이 다시금 온몸을 감싼다.
그 시절에는 사소한 일조차 소중하게 느껴졌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사소한 변화를 통해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한다.
겨울비가 만들어내는 낯익은 풍경과 냄새에 잠시 멈춰 서서,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지?’라고 되짚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현재의 내가 걸어가는 길 역시 한층 선명해지는 순간을 맞는다. 과거의 내가 품었던 호기심과 순수함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어느덧 빗방울이 잦아들면, 아쉬우면서도 다시 걸음을 옮길 용기가 생긴다.
왜냐하면 나를 기다리는 시간과 길은 결국 ‘지금’이니까. 겨울비가 내리고 난 뒤에는 당연스레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그 사이 흙에서 피어나는 냄새처럼, 내 안에서도 따뜻한 희망이 느껴진다.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소중하다.
이 순간 잠시 멈춰 추억을 떠올리되,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