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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의 봄, 기다림의 온도

by 단팥글방 Mar 09. 2025

일교차가 심해지는 이맘때면, 점심시간의 햇살은 유독 포근하게 느껴진다. 아직 아침저녁에는 찬바람이 불면 살갗이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한낮에는 두꺼운 겉옷을 벗고도 괜찮을 정도다.


나는 따뜻한 남쪽에 있어서 어쩌면 이 작은 틈새 덕분에 하루의 여러 순간들 속에 묘한 온도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계절이 건네는 작은 신호들을 감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 뒤편 산기슭 공터에는 여전히 누런 잔디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옆에 늘 푸른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 갈색 기운이 감도는 땅 위에서, 이질적일 정도로 짙은 녹색을 머금고 있는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봄이 멀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기는 이를 것 같지만, 그래도 곧 다가올 그 환한 순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점심시간 한정으로 주어지는 이 포근함이 마치 작은 선물 같다. 계절과 계절 사이,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휴식 같은 느낌.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다 살짝 데워진 공기에 녹아들면서, 나도 모르게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민감하게 느낀다. 그러다 문득, 어딘가에서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 마음속에도 봄이 한걸음 더 다가오는 기분이 든다.     


매일 변하는 날씨처럼 내 마음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틈새를 놓치지 말자. 오늘을 따뜻하게 채우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내가 원하는 봄을 맞이하게 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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