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해지는 이맘때면, 점심시간의 햇살은 유독 포근하게 느껴진다. 아직 아침저녁에는 찬바람이 불면 살갗이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한낮에는 두꺼운 겉옷을 벗고도 괜찮을 정도다.
나는 따뜻한 남쪽에 있어서 어쩌면 이 작은 틈새 덕분에 하루의 여러 순간들 속에 묘한 온도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계절이 건네는 작은 신호들을 감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 뒤편 산기슭 공터에는 여전히 누런 잔디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옆에 늘 푸른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 갈색 기운이 감도는 땅 위에서, 이질적일 정도로 짙은 녹색을 머금고 있는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봄이 멀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기는 이를 것 같지만, 그래도 곧 다가올 그 환한 순간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점심시간 한정으로 주어지는 이 포근함이 마치 작은 선물 같다. 계절과 계절 사이,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휴식 같은 느낌.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다 살짝 데워진 공기에 녹아들면서, 나도 모르게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민감하게 느낀다. 그러다 문득, 어딘가에서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 마음속에도 봄이 한걸음 더 다가오는 기분이 든다.
매일 변하는 날씨처럼 내 마음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틈새를 놓치지 말자. 오늘을 따뜻하게 채우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내가 원하는 봄을 맞이하게 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