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낮, 문득 창문을 열어 두었더니 부드러운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조용한 것 같았는데, 곧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마치 얇은 종이가 스치는 듯한 사각거림과, 잎사귀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바스락 거림이 미묘하게 겹쳐서 들려왔다. 집 안에 있으면 잘 느끼지 못하던 풍경과 소리가, 창문 하나 열렸을 뿐인데 이렇게 생생하게 스며든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나무의 몸통과 가지, 잎사귀가 바람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부딪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니, 무언가 감정이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규칙 없이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정해진 리듬이 있는 것 같았다.
공기가 움직이고, 햇살이 그 틈새로 들어가고, 나무는 흔들리며 그 소리를 노래처럼 들려준다. 자연스럽게, 이 잔잔한 소리에 살랑살랑 흔들리다 보면 금방 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이라 오래 머물진 않지만, 그 짧은 순간이 내 마음속을 적당히 흔들어놓고 다시 조용히 사라진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창문 하나만 열어두면 이런 작은 틈새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다.
“잠깐 창문을 열고 바람에 귀 기울이는 이 여유를 잊지 말자. 세상은 늘 분주하지만, 내 안에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는 사소해 보여도 마음을 새로 고쳐 주는 힘을 갖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