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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Apr 18. 2019

체지방 5kg 감량이 가져온 변화

I am What I eat

1월부터 다이어터의 삶을 살고 있다. 1월부터 시작한 헬스에 재미를 붙여 초반 1~2월 바짝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 두 달 동안 내 몸에서 체지방 5kg가 빠져나갔다.  

20대 초반 레몬디톡스로 굶으면서 48~49kg까지 몸무게 최저점을 찍은 적이 있다. 양악 했냐는 소리 들을 정도로 얼굴이 홀쭉해졌었다. 그 당시 내 친한 친구들은 독한 년이라고 혀를 끌끌 차면서 엄지척을 해줬다. 하지만 조금만 먹으니 바로 요요가 와서... 이하 생략.

그 후로도 GM 다이어트니 덴마크 다이어트니 볶은곡식 다이어트니, 식사량을 급격히 줄이는 방법의 다이어트를 간간히 이어왔는데, 다 잠깐의 요행만을 바라는 방법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굶으면 살이 빠지는 게 당연한 거다.

무슨 계기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문득 선명한 11자 복근, 탄탄한 팔 근육, 직각 어깨라인 같은 것들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것도 20대가 가기 전에. 단순히 몸무게 숫자를 낮추는 것보다 내 몸의 체지방을 없애고 근육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가짐을 고쳐 먹게 됐다. 그리고 개인 PT 30회와 헬스장 등록을 했다.



나름 9년간 이런저런 시도를 해오며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꽤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본격적으로 PT를 다시 받고 다이어트 전문 인스타그래머들이나 유튜브 다이어트 채널 같은 것들을 챙겨보기 시작하면서 아 나는 다이어트지식 쓰레기였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한 때 흰 밥만 먹는 다이어트도 해본 적이 있는 사람...) 그리고 과일도 당이 많아 타이트한 다이어트 땐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는 사실도...



한국인은 밥심으로 사는 건데 왜 밥을 많이 먹지 말라고 하는 거야? 라고 엄마가 볼멘소리로 말한다. 나는 밥보다 빵 안 먹는 게 더 힘든 사람인데, 안 먹겠다고 맘을 먹으니 또 실천이 됐다. (결심하면 또 단칼에 바로 하는 성격이다... 결심하기까지가 오래 걸리지만) 내 소울푸드인 피자도 끊고, 분식도 끊고, 스콘도 끊고, 케이크도 끊고, 샌드위치도 끊고, 초콜릿도 끊고, 쿠키도 끊고, 맥주도 끊고, 와인도 끊고... 나 정말 살찌는 것만 골라서 좋아하는구나... 밥은 여전히 생각도 안 난다.

식단은 계란, 바나나, 고구마, 닭가슴살 샐러드, 연어 샐러드, 오트밀, 그릭요거트 중 그날 그날 땡기는 것들로 골라 먹었다. 다행히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대체 안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가끔 내 식단을 보는 팀 분들이나 가족들이 ‘맛없어서 어떻게 먹냐’는 반응을 보일 때마다 당당하게 말한다. 굉장히 맛있다고...


닭가슴살 맛있고 배부르게 먹기
연어 맛있고 배부르게 먹기
살치살 맛있고 배부르게 먹기

가끔 빵 생각이 날 때는 프로틴 가루에 계란을 섞어서 프로틴빵이나 프로틴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프로틴 빵, 프로틴 펜케이크 만들어 먹기

회사에서 점심 먹을 땐 미팅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에서 싸온 샐러드를 먹으니 시간과 돈이 절약됐다. 오후 5~6시 정도엔 자리에서 고구마와 계란을 까먹고 퇴근 후 헬스장 가는 하루 일과. 하루 삼시세끼 식단을 예쁘게 찍어 인스타그램 다이어트용 계정에 업로드하고 매일 눈바디 사진을 찍고 체지방량 확인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점심, 저녁 도시락 클린하게 먹기

간혹 주변 사람들과 밥을 먹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가 찾아오기도 했다. 사실 피자, 케이크 같은 것을 참는 건 일도 아니였다. ‘너 진짜 안 먹어?’ 라는 소리를 매번 들어야 하는 것과, ‘그렇게 안 먹다가 나중에 요요온다, 우울증 생긴다, 건강 상한다’ 등등의 말들에 매번 대꾸해야 하는 게 피곤했다. 진짜 내가 진심으로 걱정돼서 하는 말이라기 보다는, 그냥 불필요한 참견이라 느껴졌다. 저것도 말로 하는 폭력 아닌가. 그럴 때마다 그냥 속으로 생각 했다. 제가 여기서 제일 건강하거든요


나에게도 복근이 있었다니 새삼 놀랍고 신기하다. 더 선명한 복근 사진을 찍고 싶어 한참 조명 밑에서 요리조리 허리를 비틀다 보면 가끔 현타가 온다. 복근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배 위에 체지방을 걷어내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복근을 ‘발굴’ 하는 거라고 익히 들었는데. 진짜로 체지방이 걷혀지니 복근이 보이기 시작 하는 게 신기했다. 배에 힘을 주고 요리조리 움직이면 내가 내 배의 군살들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 한 유튜버는, 복근을 컨트롤하는 힘이 길러진 거라 했다.

약속 없는 날에는 무조건 헬스장에서 가서 운동을 한다. 많게는 주 6일 다 채울 때도 있고 (내가 다니는 곳은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약속이 많은 주에는 3번이 되기도 한다. 약속이 있는 날에도 늘 운동복은 아침에 챙겨 나오는 편이다. 약속이 생각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고 취소가 될 수도 있으니. 한번은 회식이 일찍 끝나서 고기 냄새 풀풀 풍기면서 런닝 뛰러 간 적이 있다. 트레이너 선생님한테 칭찬 받을 줄 알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냥 오늘 같은 날엔 먹고 쉬어요...’ 였다. 나한테서 고기 냄새가 심하게 났었나보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5km 런닝을 25분~30분 안에 뛰라고 매번 얘기 하는데 처음엔 진짜 미친 건가 싶었다. 10분만 뛰어도 턱 끝까지 숨이 차는데. 근데 신기하게도 또 하니 된다. 요즘엔 든든하게 먹고 뛰는 날에 5km 32분, 33분 정도 나온다. 땀이 정말 발끝까지 나고 기분이 너무 너무너무너무 좋다.


예전엔 상체운동이 정말 재미 없었다. 몇 년 전 PT 받았을 때 내가 자주 했던 무식한 질문 1순위, 어깨 운동 하면 어깨 넓어지면 어떡해요...? 여자도 팔운동을 해야하나요...? 요즘에는 등 운동, 어깨운동이 제일 재밌다. 그리고 조금씩 달라지는 어깨라인도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아 신기하다. 최근에는 데드리프트 60kg 4세트를 성공했는데 내가 굉장히 힘 센 여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헬스장이 11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이 애매해 못 가는 날엔 집에서 홈트를 한다.



5kg 체지방 감량은 생각보다 큰 변화였다. 기존에 입던 바지, 치마가 다 심하게 헐렁해져서 입지 못하게 된 수준이다.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다. 비싸게 주고 산 옷이건, 교복처럼 주구장창 입던 옷이건, 미련 없이 다 갖다 버렸다. 다시 찾게 될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다이어트 4개월차에 접어든 지금, 나만의 작은 습관들을 갖게  이 가장 좋다. 간혹 술을 먹거나 밀가루를 먹거나 평소보다 과식을 한 다음날에는 공복을 최대한 아주 길게 유지하려 한다. 최소 16시간~20시간 이상이다. 자연스레 배가 비워지고 붓기도 빠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배고픈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또 하나는,  끼를 아주 소중하게 챙겨먹게  이다. ‘I am what I eat’ 이라는 문장이 있다. 내 건강에 좋은 식재료, 조합들을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더 포만감 있게 먹을지 생각하는 과정이 괴롭지 않고 즐겁다. 밀가루를 끊은 후 피부가 밝아지고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리고 얼굴에 붙은 살들도 많이 없어졌다. 정말로 빵을 먹으면 다음날 바로 옆구리, 겨드랑이 아래에 군살이 붙는 게 느껴진다. 그 느낌을 내가 예민하게 구분하고 인식하고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작지만 큰 변화다.

얼마 전 밤 9시까지 야근을 하고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쌓여있을 때였다. ‘아 헬스장 가서 땀나게 런닝 해야지’ 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5km 런닝을 뛰고 땀을 쏙 빼니 정말 신기하게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너무너무 너무좋았다. 한껏 부은 몸으로 제주여행에서 돌아온 날에는 ‘운동하면 개운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헬스장에 갔다. 이렇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실천하는 내 스스로가 놀랍다.

건강한 요즘의 내가 좋다. 붓기, 몸무게, 정체기, 요요, 등등의 것들에 가끔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두 조급한 마음을 갖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다.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습관을 지금부터 천천히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파운데이션이나 선크림 같은 화장품들은 피부에 직접 닿는 것들이라며 성분을 그렇게 따지면서, 정작 내 몸 안에 직접 들어가는 음식물들은 아무생각 없이 다 갖다 넣고 살았나 싶기도 하다. 근데 뭐... 몸에 안 좋은 게 맛있기도 하니까... 맛있으면 행복하니까...

내 몸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소중히 여겨주고, 안팎으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내 몸에 불필요한 것들은 다 없애고 꼭 필요한 것들만 갖고 살아야지. 내 살아생전(?) 로망인 ‘근육 탄탄녀’는 20대가 가기 전에 꼭... 이뤄 보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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