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백숙은 소풍, 가을정취는 송호유원지에서!
“한 선생님!
우리 육남매, 이번 토요일엔 능이버섯 향이 기가 막힌 오리백숙 먹으러 충북 영동으로 소풍이나 다녀옵시다!”
동갑내기 옥이는 내 마지막 학기를 맞이해서 여행을 하자고 꼬드긴다. 나는 예순여섯에 사회복지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막 마쳤다. 입학을 해서 1학년을 마치고 자퇴한지 4년 만에 재입학을 해서 돌아온 대학원! 동기들은 모두 졸업했고, 나는 강의실 구석에 홀로 앉아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사회○○론 수업시간에, 느릿느릿 문을 열고 들어선 나에게 희야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요, 나이든 사람들끼리 같이 앉읍시다!”
옆자리를 내어주며 건넨 그 한마디가 참으로 따뜻했다. 네 살 아래로 공무원 은퇴자 희야와 나는 금세 남매가 되었고, 나와 같은 나이의 옥이와 그의 집안 동생인 50대 권대표, 쾌활하게 손을 내미는 40대 들풀종씨 한선생, 그리고 사회복지계의 ‘잡스’로 불리는 그의 친구 심선생까지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의기가 투합되고 있었는데..
수업은 발표자 학생이 준비한 PPT를 발표하면, 학생들의 토론이 이어진다. 토론 중간에 조교수님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으로 해석해서, 해박한 지식으로 강의실을 가득 채운다. 한국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노쇠한 뇌세포들을 자극하고,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이 미어질 때쯤 강의는 끝이 난다.
그렇게 고픈 지식을 채우면서 여섯 학우는 동지가 되었고, 몇 번의 만남과 토론을 통해서 우리는 여섯남매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옥이가 등산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맛집 여행을 채근한 것이다. 겨우 겨우 일정을 조율한 우리는 지난 토요일(12. 6.) 08:20, 드디어 권대표가 마련한 6인승 카니발을 타고 충북 영동으로 길을 나섰다.
오후 1시, 차가 우리의 목적지 “소풍”에 다다르자, 우선 주인 언니가 건녀준 보리차 한 컵으로 목을 축인다. 사람 좋아 보이는 주인내외는 옥이 친구와 호형호제(언니, 형부)하는 사이다.
“가까운 송호유원지를 한 바퀴 도는 일정입니다.”
옥이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길을 나선다. 선녀가 하강했다는 강선대의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아름다운 금강의 넓은 물비늘이 보석을 깔아놓은 듯 반짝거린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소나무 숲과 강물이 어우러져 사람들이 나들이와 휴식으로 즐겨 찾던 영동의 대표적인 유원지란다.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때로는 학교생활을 추억하고, 가끔은 한국사회의 현실에 함께 한숨짓는다. 1m도 되지 않은 잔잔한 물 위로 풍광이 내려 앉았고, 하늘에서 내려온 빛줄기까지 금강물에 고요하게 스며든다.
둘레길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고, 오리떼가 열을 맞춰 춤을 춘다. 지금 내 인생은 계절의 어디 쯤일까?
늦가을, 아니면 초겨울쯤..!
가슴 설레는 첫눈은 이미 나렸을까?
주변에는 야영시설이 보이고, 우리는 공사 중인 빛다리를 건너며, 맑은 금강물을 바라보는데 눈이 시리다.
한바퀴를 돌아 다시 처음의 그 자리, 소풍!
마침 생일인 권대표를 위해 옥이가 준비한 케이크를 자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마침내 한약재 향이 깊게 우러난 능이 오리백숙이 식탁 위에 올랐다. 가죽나물, 매실지, 각종 나물과 무침들, 권대표 장모님이 담근 김장김치도 참 어울리는 조합이다.
죽까지 먹자 배가 남산만큼 불러서, 후식을 권하는 주인아지매에게 “우리가 더 이상 먹는 것은 죽음”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주인내외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영국사로 향했다. 산길에 눈이 쌓여 있지만 심아우님은 익숙하게 운전을 한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영국사 1000살 은행나무!
높이 31m, 둘레 11m라고 하는데, 세월과 비바람에 갈라진 틈은 시멘트로 메워져 있어 보는 들풀의 마음이 무척 아프다. 그런데도 그 상처를 뚫고 새 가지는 다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고, 여전히 은행알을 매달고 있다. 상처가 있어도, 나이를 먹어도, 다시 뻗어 올라가는 저 힘!
우리네 기껏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살이도 저 1000년을 산 은행나무와 닮아, 일흔 즈음의 들풀도 다시 새가지를 낼 수 았을까?
하행길은 상행길보다 항상 빠르다. 익숙함 탓인지, 조급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많이 먹어서 함양 휴게소에서 배설의 기쁨을 맛보고, 저녁 6시경에 집에 도착했다.
조잘 조잘, 재잘 재잘, 옹알 옹알..
잡다한 생가들도 많이 배설해서 머리마저 기볍다!
들풀은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에 대학원을 마쳤고, 내년 2월 13일이면 석사 학위를 받을 것이다. 사회복지사 실습을 마쳤으니 자격증도 덤으로 주어지겠지!
내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나 배움은 나이에 관계없이 필요하고, 그 열정으로 나는 글을 쓰고 살아낸다.
이 참에 배우지 못한 글쓰기 대학에 편입하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보고 싶다.
왜냐구?
글을 잘 쓰고 싶으니까,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정말로 쓰고 싶으니까..
배우면 과연 잘 읽히는 글을 쓸 재주가 내게 있을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정말 잘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앞뒤없이 적었다!
♧ 적고 나서: 소풍은 송호유원지 입구에 있는데, 능이오리백숙은 진하고 부드럽습디다. 가격은 큰 것 하나를 시켰는데, 여섯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입니다. 가격도 술값하고 합해서 10만여 원이 나올 정도로 합리적이었습니다. 영국사의 1000년 은행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은행잎이 가득 달렸을 때 다시 방문할 겁니다.
#들풀마음쓰기 #들풀브런치 #들풀수필 #영국사 은행나무 #소풍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