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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Dec 16. 2023

다음을 준비해야 해.

슬픔을 가슴에 묻고, 다시 임신 준비

남편의 MBTI는 ESFJ

나의 MBTI는 ENTP

그래서일까? 

유산되었을 때 누구보다 마음아프고 힘든 사람이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성적으로 내 몸을 잘 챙겨서 얼른 다음 임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이 슬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식사도 제대로 못한 반면 나는 꾸역꾸역 밥과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정신 차리는 데는 우리 엄마의 역할이 컸다. 오열하고 있을 당시 엄마가 슬프지만 어쩌냐며 괜찮다고 토닥이며... 다음을 준비하면 된다고 하셨다. 나를 위로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여튼 우리 엄마도 극T임이 분명하다. 


"오빠 정자도 중요하니까 오빠도 밥 잘 챙겨 먹어야해. 그리고 영양제 챙겨 먹어." 라며 남편의 밥과 영양제를 챙겨 주었다. 

"두부는 좋은 곳으로 갔겠지?"


우리의 첫 첫아이 태명은 '두부'였다. 당시 우리 둘이 연애하면서 자주 갔던 식당이 고려대 근처 '두부촌'이었고 임신 사실을 알고 가장 땡기는 음식도 그곳 음식이었기 때문에. 더불어 두부는 푸딩처럼 탱글탱글한 느낌에 순한 느낌을 주어 그런 아기가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었다.  


"두부를 지켜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

"나도 그래... 우리 다음에 다시 천사같은 아기가 찾아와주면 꼭 잘 지키도록 하자."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었지만 깊은 상처가 남은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며 서로를 챙겼다. 그렇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병원에서는 원래 소파수술 후 3달 정도 관계를 갖지 않는 게 좋다고 했으나(수술 후 바로 임신이 되는 경우 습관성 계류유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나는 나이가 많으니 한 달 후 정도부터 다시 시도해봐도 괜찮을 거 같다고 하셨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임신 알게 된 게 5월 중순, 소파 수술한 게 6월 중순, 결혼식이 7월 초) 오로지 건강만 생각하며 결혼 때도 다이어트는 진작 포기하였다. 그렇게 유산 후에도 식사와 엽산을 챙겨 먹으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데 만전을 기했다.

39.6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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