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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Dec 16. 2023

임테기의 두 줄

다시 천사같은 아기가 찾아와줬어요!

유산을 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결혼식.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비교적 한가한 시기였으나 방과후 수업을 맡아 한동안 이른 출근을 계속 해왔다. 뭐 그래도 학급관리 안해도 되고, 퇴근 시간이 평소보다 빨라 생활의 여유가 생긴 편이었다. 평소 시간에 쫓겨 잘 하지 않는 음식도 하고 집안 일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며 하루하루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같이 남편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렸다. 

"목이 따끔한거 같아서 테스터기 해봤는데 두 줄이 떴어. 병원에 다녀왔는데 확진이래."

그래서 일주일 동안 남편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에 출근해야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방 하나에서 나오지 않은 채 마스크를 끼고 생활을 하였다.


"어차피 가족들은 옮게 되어 있어. 그냥 나도 빨리 걸리는 게 맘 편할 거 같은데. 마스크 빼. 숨쉬기 힘들잖아. 나도 학기 중에 확진되는 것보다 방학 중에 확진되는 게 나아." 라며 남편의 마스크를 벗기려 했으나 나까지 아프면 안된다며 그는 극구 피하였다.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학 기간 중에 코로나에 걸렸다가 낫는 게 나로서는 마음 편할 것 같아 남편의 칫솔로 양치를 했다. 

"야! 너!"라며 남편이 깜짝 놀랐지만 이미 늦었다.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는 걸로... 


한가한 내가 문득 나의 사주를 검색하여 음약오행을 봤는데(본인은 국문과를 다니던 시절, 국어학의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배우던 중 교수님께서 해주신 음양오행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고, 딱 음양오행에 십신까지의 개념만 학습해 놓은 상태. 사주가 사실 연월일시 4가지 요소로 4가지 기둥이 나오고 이에 한자 8글자가 나와, 그래서 사주팔자라고 하시며 일종의 통계학이라고 하심. 그러나 본인은 사주를 공부하거나 깊이 알지는 못함.) 음양오행의 기운적으로 그 시기(약 8월 초)가 지나면 임신의 확률이 줄어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고, 코로나 격리 기간이 끝날 쯤에 관계를 가졌다. 사실 소파 수술 후 아직까지 생리를 못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뭐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그 후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고 개학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까지도(수술 후 약 두 달) 생리를 못하고 있어서 산부인과에 다녀왔는데 병원에서는 배란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생리 촉진 호로몬 주사(정확히 무슨 주사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생리를 촉진하거나 임신 착상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를 놓아주셨다. 그리곤 한의원에 찾아가 몸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한약을 한 첩 지었다. 소파수술도 아이 낳은 것처럼 몸조리를 해야한다고 하던데 난 그 후로도 시댁과의 전쟁을 치르고 쉴 틈 없이 일하느라 제대로 조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여지껏 생리를 못하고 있는 건가 싶어 한약이라도 한 재 먹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다녀온 것이다.  그리곤 역삼역에 있는 한의원에서 청담역에 있는 남편 회사까지 걸어갔다. 운동 삼아 걷기 시작했는데 거리가 생각보다 꽤 되었다. 그래도 천천히 쉬엄쉬엄 걷고 또 걸었다. 22년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 날 출근 하여 새학기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고

또 다음 날이 되었다.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났고, 뭐 몸에 딱히 임신 관련 반응은 없었지만 집에 잔뜩 사놓은 임신테스트기가 남아 돌아 한 개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하기 전 첫 소변으로 검사해보기 위함이었다. 생리를 할 때가 지나도 너무 지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쥐고 들어간 것이었지 임신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테스트기에 비교적 선명한 두 줄이 떴다!!!


너무 기쁘면서도 깜짝 놀라 남편을 불러 테스터기를 보여줬다.

"오빠 두 줄이야! 임신테스터기 두 줄이 떴어!!! 나 아직 수술 후 첫 생리를 안했는데 두 줄이 뜰 수 있는 건가? 이게 오류일 가능성은 없는 건가?"

"진짜? 두 줄 떴어? 오늘 시간 되면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 해보는 게 어때?"


혈액 검사가 가장 정확할 거 같아서 일단 출근 하였고 공강 시간에 외출을 써서 산부인과에 갔다. 다니던 병원이 직장 근처라서 버스로 5분~10분이면 갈 수 있었다. 


병원에서 금방 채혈을 하였고 결과는 몇 시간 뒤에 나온다고 하였다. 학교로 돌아온 나는 하루 종일 초조한 마음으로 병원의 연락만을 기다렸다. 원래 일반 전화번호가 뜨면 광고 전화겠거니 하고 받지 않는 나인데, 그 날은 일반 전화번호가 뜨면 바로 칼같이 받았다.


"여기 ㅇㅇㅇ산부인과입니다. 채혈 결과가 나오셨어요. 임신입니다."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요!"


믿기지 않았다. 

수술 후 생리조차 시작하지 못한 내가 딱 한번의 관계로 임신이 되다니!!!


바로 남편과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나 임신이래! 다시 임신 되었대!" 


남편도, 친정 엄마도, 그리고 임신과 유산을 겪은 나와 기쁨과 슬픔은 나누어준 학교 친한 몇몇이 선생님들도 나의 임신 소식에 함께 기뻐해주었다. 그렇게 천사같은 아기가 찾아와 주었다. 


마흔 살. 두 번째 자연 임신이었다.


이전 11화 다음을 준비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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