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나도 흔들어 보고 싶다
[여행이 끝난 후 D+1일]
15일은 일상을 흔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자고
낯선 거리를 걷고
낯선 상황을 마주하고
낯선 시간대를 살고 오니
내가 살던 동네
내가 살던 집
내가 살던 일상이 낯설어 보인다.
그리고 이 낯선 느낌이 너무 좋다.
익숙한 내가 안 하던 행동을 해 보고 싶은 생각마저 슬그머니 든다.
그래 이거다.
관성의 법칙을 깨고 싶은 충동
쳇바퀴 도는 일상을 비틀어 보고 싶은 충동
익숙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고 싶은 충동
이게 바로 멀리 다녀온 여행이 주는 짜릿한 뒷 맛 아니겠는가.
집구석을 온통 뒤집어 놓고
청소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치민다.
그 욕구를 참기가 너무 힘들지만
이 낯선 기분이 사라지는 게 싫어 괜히 딴짓을 해본다.
노트북을 켠다.
라면을 먹는다.
키보드를 두드린다.
또 뭘 할까 생각하니 신이 난다.
집구석은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그걸 보면서도 딴생각하는 지금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