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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상 Sep 08. 2024

#11.알뜨르 비행장 그리고 좁은문

#제주도#알뜨르비행장 #순례자의교회

"여행 중 가장 설레고 행복할 때가 언제일거 같아?"

잠시 말없이 운전을 하고 있던 중 와이프가 적막을 깨고 내게 물었다. 

"음.. 여행지에 막도착했을때?"

"거의 비슷한데 여행을 가는 날 공항 가는길!"

와이프는 재미난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이거 유튜브에서 본건데 공감이 되어서. 진짜 출발하는 그 길이 제일 설레인거 같아."

 나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반기 내 인생의 답답함과 무기력에 삶의 의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위해 떠나게 된 성지순례와 다크 투어였는데. 그래도 #제주도 라는 키워드 자체가 여행을 출발하는 날, 그 설레임으로 가슴이 쿵쾅 거렸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거꾸로 아쉬움 마음이 가득차다. 여행 출발을 위해 공항 가는 길이 떨린 만큼 이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공항가는 길도 아쉬움이 크겠지?


"이제 거의 다왔나보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에서 보여지는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300m도 안남았다. 그런데 뻥 뚫린 벌판에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우리는 반신반의로 네비게이션이 이끄는 길을 쫓아 최종 목적지까지 다가갔다. 장마철을 다시한번 상기 시키는 듯 포장되지 않은 길은 물웅덩이가 곳곳에 보였다. 차는 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덜커덩 거렸다.

"오!! 저기네 저기!!"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자 예상치도 못하게 커다란 봉우리 처럼 풀에 덮여있었다. 

그 앞에는 조그맣게 안내문구가 적혀있었다. 

알뜨르 비행장.


"하긴..."

알뜨르는 아래방향을 의미하는 "알"과 넓은 들판을 뜻하는 "드르"의 제주방언의 합성어이다. 이름 자체는 예쁘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 조선군이 모슬포 주민들을 동원하여 1920년대부터 30년대까지 비밀 군용 비행장으로 쓰인 가슴 아픈 곳이다. 정말 하늘에서는 눈치를 챌 수 없을 만큼 비행기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작은 봉우리들이 보였다. 

한 두개가 아니었다. 6만평 정도에서 임시조성이 되었고, 향후 1차 완공이 되면서 약 20만 평에 이를 정도로 넓어졌다고 한다. 이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모슬포의 제주도민들이 강제노역에 동원 되었다. 여행을 위해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당시 격납고 건설에 동원되었던 한 사람의 인터뷰만 들어도 얼마나 처참했는지 알 수 있다. 

"자갈이나 시멘트를 지게조 져 올렸고, 격납고 위에 풀을 덮어 상공에서 보이지 않도록 위장을 했다." 

공사도중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졌고, 무플뼈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우리는 처참하였던 과거의 흔적들을 보고, 전쟁과 아무 상관도 없던 조상들의 억울함과 아픔을 되새기며 기도하였다. 


"이제 마지막이네."

우리는 마지막 목적지인 순례자의 교회로 향하였다. 왕복2차선의 국도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하였다. 

저 교회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 교회를 들어가기 위해 저 좁은문을 통과해야만한다. 

실제 저 문을 통과하는 순간 몸을 많이 낮춰서 가야 했다. 그 순간 내 안의 쥐고 있던 무언가를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겸허한 마음으로 교회문을 열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햇살이 들어오는 조그마한 창가와 십자가 그리고 성경책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캡슐이 담겨져 있었는데 성경구절들이 적혀있다고 안내문구가 써있었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마지막 여행길의 우리의 기도의 응답이 담겨있다고 믿고 하나씩 뽑았다.

 성경구절을 보고 마음이 많이 울컥하였다. 지난 상반기 나의 처절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나는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을 주신 것이다. 정말 성지순례의 마지막 길에 마음이 뭉클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으로 감사기도를 드리며 우리의 성지순례와 다크투어를 마쳤다.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는 과거의 굵직한 장편 소설을 읽고 동시에 우리의 의문점에 대한 기도응답도 받아 갈 수 있던 의미있는 여행길이었다. 가장 설레였던 출발길 만큼 이제 앞에 다시 놓여 시작될 인생의 여행길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설레였다. 


 


 2024년 가장 힘든 때.

우리집에서 가장 먼 제주도에 도착하여

떠나게 된 성지순례와 다크투어.

하나니을 향한 기도와 제주도가 갖고 있는 슬픈 역사를 걸으며

마침내 당도하게 된 좁은 문에서 

하나님의 응답을 받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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