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엄마의 꽃다발을 만들어보려고 처음 가본 꽃 시장은 남대문 꽃시장이었다. 집에서 가까워서 갔던 꽃시장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내가 마감 시간 다 되어서 가서 그런 거 일 수도 있다. 이번에는 대부분의 플로리스트가 간다는 고터 꽃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양재는 너무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뭐, 고속버스터미널 역도 가깝지는 않지만.
꽃시장은 보통 밤 12시부터 시작하고 낮 12시에 닫는단다. (시장마다 다를 수 있으니 검색하고 가는 게 좋다.) 일요일은 휴무다. 그래서 토요일에 끝날 시간에 가면 남은 꽃들을 싸게 살 수 있단다. 좋은 꽃은 없지만 연습용 꽃은 구할 수 있다고. 월, 수, 금에 꽃이 들어오는데 나중에는 좋은 꽃을 구하러 그때 가봐야지. 꽃 정리하는 새벽에 너무 일찍 가면 정신이 없어서 좋은 꽃 한가하게 구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2시 이후에 가는 게 좋다고.
나는 선물용이 아니고 연습용이라서 토요일 10시쯤에 도착하는 거로 생각하고 집에서 출발했다. 차가 별로 막히지 않았지만 초행길이라 헤매다가 10시 30분쯤 3층 꽃시장에 도착했다. 12시에 문을 닫는다지만 11시부터 사람이 거의 없었고 불도 끄고 문을 닫고 있었다. 너무 사람이 없어서 뭔가 내가 오면 안 되는 시간에 잘못 온 줄 알았다. 꽃 사는 사람이 나만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가게는 주인이 없기도 했다.
신기하고 예쁜 꽃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어디 가나 쉽게 보는 꽃들이 있었다. 카네이션, 장미, 국화, 안개꽃 같은. 남는 꽃들은 그런가 보다 싶었다. 시장을 빠르게 1바퀴 돌며 어떤 게 있나 구경하고, 또 한 바퀴 돌면서 고민을 시작했다. 원하는 색의 톤을 주황으로 정하고 갔는데 주황색 꽃은 국화밖에 보이지 않아서 핑크색으로 바꿨다.
그리고 세 바퀴 돌면서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눈에 띈 초록 잎 유칼립투스를 골랐고, 핑크색 꽃을 골랐다. 핑크를 고르고 나니 연한 핑크색 꽃도 어울릴 것 같아서 사고, 포인트 색인 자주색 꽃도 구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남대문시장이랑 규모가 비슷한 거 같고 꽃이 별로 없어서 여러 번 돌며 차선책을 골랐다. 너무 늦게 와서 그런 것 같았는데 다 사고 보니 4층도 있었다. 이미 다 사서 4층은 보지 않고 그냥 왔다. 다음엔 4층도 가볼 거다.
마음에 드는 꽃이 있으면 한 단에 얼마인지 물었는데, 1만 원 넘는 건 예산을 넘어가서 5천 원대인 꽃들만 구입했다. 도매시장에서 먼저 말을 하며 깎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고 가서 싸게 해달라고 따로 말하지 않았지만 마감이라서 1천 원씩 싸게 해주는 집도 있었다. 아, 그리고 한 단에 1만 원 넘는 꽃이 비싼 게 아니다. 그게 기본 가격이다. 나는 연습용 꽃으로 내 예산을 5천 원대로 잡았기 때문에 그걸 고른 거다. 보통 꽃은 한단에 1만 원이 넘고 더 비싼 꽃들은 2만 원도 훌쩍 넘는다. 선물용을 산다면 만원대의 꽃을 봤을 거다.
아무튼 저렴한 가격에 연습용 꽃을 구매했고, 뿌듯하게 집으로 왔다. 오는 내내 차에서 싱그러운 향기가 나서 너무 좋았다.
꽃을 정리하고 다음엔 4층을 가봐야지 싶어서 4층은 어떤 꽃이 있으려나 다시 검색을 해봤더니, 오늘 간 곳이 내가 가려고 검색했던 곳이 아니었다. 헐!
내가 오늘 간 곳은 3,4층에 꽃시장이 있었는데 거기가 호남선 꽃시장이란다. 검색해서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경부선 쪽 3층만 꽃시장이 있는 곳이었다. 어쩐지 검색했응 때 없던 4층 꽃시장이 또 있다니 뭔가 이상하긴 했다. 고터 꽃시장이 2개였다!
특이한 수입꽃이 많이 들어오고 플로리스트가 많이 간다는 곳은 경부선 쪽이었다. 그럼 호남선 꽃시장은 더 싼 건가? 둘의 차이는 모르겠다. 가 봐야 알 거 같다. 그래도 호남선 꽃시장에 저렴하게 꽃을 사 와서 만족한다. 다음에는 경부선 쪽에도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