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컷 생각 #54 꽃 배우기 5- 컨디셔닝

꽃이 물을 잘 빨아들일 수 있게

by 행운

꽃시장에서 꽃을 사서 집에 오면 꽃이 좀 시들시들해진다. 물통에 담겨있던 꽃들이 물을 마시지 못해서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집에 오자마자 물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냥 주어서는 잘 빨아들이지 못한다. 줄기 가장 높은 곳, 그러니깐 꽃까지 물이 쭉쭉 잘 올라와야 시들시들하던 꽃이 팽팽하게 살아난다. 그래서 시장에서 사 오자마자 해야 할 일은 꽃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걸 물 올림, 컨디셔닝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차가운 물, 수면보다 아래는 모두 정리, (물속) 사선 자르기(단단한 줄기는 십자로 단면 더 자르기)


차가운 물을 줄기가 잠길 정도로 떠 온다. 얼음을 한 두 개 넣어도 된다. 모든 줄기가 다 잠겨야 한다. 너무 많이 잠기면 잠긴 부분의 줄기가 흐물흐물해지는 꽃들도 있어서 나는 3~5cm 정도 잠기게 물을 넣었다. 꽃이 물을 흡수하면 수면 높이가 낮아지는데 낮아져도 줄기가 잠겨있을 정도의 물이면 된다.


사온 꽃을 펼치고 꽃이 들어갈 물의 수면보다 아래의 꽃과 잎들, 가지는 모두 정리한다. 물속에 줄기 말고 다른 것들이 들어가면 미생물이 잘 생겨 꽃의 수명이 줄어든단다. 아깝거나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고 떼어내야 제일 예쁜 꽃을 살려서 오래 볼 수 있단다. 줄기에 잔가지나 잎이 많으면 물이 분산되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물을 끌어올리는데 힘도 덜 들어야 정작 중요한 꽃을 잃지 않고 싱싱하게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다음으로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서 물에 꽂는다. 일자로 자르면 물 흡수 면적이 좁아서 사선이 좋다고 한다. (이거 학창 시절에 수학 시간에 배운 거 같아!) 나무껍질 같은 줄기는 이렇게 잘라서는 부족해서 사선으로 자른 후 십자로 더 몇 번 더 잘라서 넣는다. 너무 단단하면 찧기도 한단다.


사선으로 자를 때, 공기 중에서 자르는 순간 공기가 줄기 속으로 들어가서 살짝 막히기도 한단다. 그래서 물속에서 자르면 자르는 순간도 물이 있어서 공기가 덜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웬만하면 물속 자르기를 하려고 하는데 귀찮아서 꽃병에 물 갈아줄 때는 빼먹을 때가 많다.


보통은 이렇게 하면 기본 컨디셔닝이 되지만 줄기 끝부분을 열탕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단다. 왜 열탕 처리를 하면 물을 잘 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꽃시장에서 사 온 꽃 중에 줄기 아랫부분이 색깔이 조금 다르다면 열탕 처리해야 하는 꽃이란다.(검색해보니깐 물관을 열어준단다. 피부 관리할 때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의 모공을 열어주는 그런 건가?)


열탕 처리는 끓인 물에 줄기 아랫부분을 담그고 15~20초 후에 꺼낸 후 바로 차가운 물에 넣는 것이다. 꽃과 잎에 열기가 닿지 않도록 감싼다는데 귀찮아서 대각선으로 기울이기만 했다.


비슷한 방법으로 탄화 처리라는 게 있다는데 줄기 끝부분을 가스레인지 불로 태우고 차가운 물에 넣는 방법도 있단다. 숯처럼 태운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단다.


이렇게 사온 꽃을 컨디셔닝 하는데 1시간이 넘게 든다. 하다 보면 점점 손이 빨라지려나? 다듬고 난 꽃들은 일반 쓰레기봉투에 버린다. 그대로 넣었더니 냄새가 나서 나는 하루정도 신문지 위에 올려서 말린 후 버리는 게 좋았다.


컨디셔닝 한 꽃을 보면 꽃집에 온 것 같아서 행복하다. 시들 시들했던 것들이 살아나는 것도 신기하다. 싱그러운 향도 나서 더 좋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꽃이 가득한 공간 바로 옆에서 차나 커피를 마시면 집이 꽃 카페가 된 것 같아 힐링이 된다.

아, 매일 최소 30분은 꽃 정리(화병 씻고 물 새로 뜨고, 사선자르고 시든 꽃이랑 자른 것 쓰레기 모아 버리고)하는데 시간이 드는건 단점이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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