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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

무엇을 끌어오든

by 바다의별

draw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은 그림을 그린다는 뜻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연필이든 펜이든 붓이든 손에 붙잡고, 차분하게 선을 그어내는 모습. 그렇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누군가의 얼굴을, 혹은 추상적인 상상을 표현하는 모습.


하지만 draw의 가장 근본적인 뜻은 '끌다'이다. 생각해 보면 그림을 그리는 일 또한 끄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연필을 종이 위에 길게 끌고 가면 점이 선이 되고 선은 면이 될 것이고,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또 누군가의 마음을 끌어당기게 될 테니까.


draw는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확장된다. 주의를 끌기도 하고(draw attention),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기기도(draw one's eye) 한다. 억지로 잡아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펜촉이 이동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무언가에 끌릴 때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어딘가에 이끌릴 때는 수동형으로 be drawn to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데, 대개 이성적인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에 쓰인다. 우리는 상대의 매력에, 영화나 음악, 또는 어떤 콘텐츠의 힘에, 의지와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끌리곤 하지 않는가.


이왕 끌리는 거, 누구나 좋은 것에 끌리고 또 좋은 것을 자신에게로 끌어오고 싶을 것이다. lucky draw에는 그런 모두의 염원이 담긴 것만 같다. 추첨은 행운을 끌어당기는 일이다. 통 안의 쪽지 중 내 이름이 당겨 올려지기를, 혹은 내가 바라는 상품이 뽑히기를 바라는 일. 추첨을 통한 행운도 결국 잡아끌어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법이다.


물론 원하는 것과 달리 늘 좋은 것만 끌어당길 수는 없다. 의도와 달리 비난이나 비판을 불러오기도 하고 (draw fire), 오히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낼 것이 없어)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draw a blank). 그런가 하면, draw라는 말 자체에는 무승부라는 뜻도 있다.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아무리 끌어당겨도 반대편 힘을 넘어서지 못하면 승리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장 끌려오는 게 별 볼 일 없을지라도, 그게 불변하는 것은 아니다. 안 좋은 걸 피하고 싶다고 펜촉을 종이 위에 둔 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결과에 이를 수가 없다. 그러면 아무것도 그려낼 수가 없고, 아무것도 가져올 수가 없다.


그러니 용기가 필요하다. 바깥의 무언가로 시선을 돌리기 전에, 일단 스스로에게서 draw strength, 내 안의 힘을 끌어당길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가능성과 희망을 위해, 차분히 선을 그어내며 지켜볼 용기. 그렇게 여러 개의 선을 긋다 보면, 억지로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가 얻고 싶었던 마음과 약간의 행운이 언젠가 우리 곁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시선, 마음, 용기, 힘, 그 모든 걸, 우리는 끌어낼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할 순간순간들을 손에 붙잡은 펜을 다루듯,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려내면 된다. 우리가 부드럽게 그어내는 선들이, 그리고 그 선들이 끌어오는 모든 면들이, 우리 삶을 완성할 것이다.



draw를 활용한 표현들

draw attention: 시선을 끌다, 주의를 끌다

draw one' eye: 눈길을 끌다

be drawn to: 마음이 끌리다

lucky draw: 추첨

draw lots: 추첨을 하다

draw fire: 비난을 받다

draw a blank: 머리가 하얘지다

draw a line: 선을 긋다

draw conclusions: 결론을 내리다

draw strength: 힘을 얻다 (물리적, 정신적 모두 의미 가능)

처음으로 아크릴화를 그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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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