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졸음이 나를 구원할 때

강직성척추염의 장점?

by 행복을 그리다 Mar 26. 2025

나는 늘 머릿속이 바쁘다.
조용한 새벽에도, 퇴근 후의 늦은 밤에도,
머리는 멈추지 않고 회전한다.


"더 잘해야 해."
"왜 그때 그렇게 했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후회하고, 분석하고, 계획한다.
어쩌면 나는 한 번도 쉬지 않았던 것 같다.


몸은 앉아 있어도 마음은 늘 서 있었다.
경계하며, 대비하며, 다음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스스로를 몰아치며 앞서 가고 있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직성척추염으로 유난히 피곤하고 졸렸다.
몸이 축 늘어지고,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졌다.
머리도 멍해졌다.
이상하게도, 그게 편안했다.


계획도, 후회도, 조바심도 사라졌다.
오직 '졸립다'는 감각만이 내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지금 여기에 있었다.


생각은 줄었지만, 마음은 고요했다.
의지는 사라졌지만, 존재는 충만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눈을 감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가끔 그런 순간을 '부처 모드'라고 부른다.
욕심도, 분노도, 불안도 사라지고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시간.
어쩌면 참된 자유는,
이렇게 지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평화의 자리인지도 모른다.


이젠 안다.
내가 끝없이 바빴던 이유는
쉴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안다.
졸음이 나를 구원할 때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무아(無我)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