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은 것처럼

그동안은 듣지 못했던 이야기 하나

by 새벽의숲

평소에 노래를 들을 땐 가사보다 멜로디에 더 귀를 기울였다. 가사는 해석이 필요하지만, 멜로디는 듣는 순간 바로 감정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슬픈 멜로디는 마음을 누그러뜨렸고, 경쾌한 리듬은 나도 모르게 발을 움직이게 했다. 그래서 나는 늘, 노래를 배경처럼 흘려보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보컬 레슨을 위해 특정 곡을 외워야 했다. 가수가 숨을 쉬는 타이밍, 소리를 끄는 길이, 강조하는 단어들까지. 노래를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가사가 들렸다. 낯설도록 또렷하게.

가사 속에는 망설이는 사람이 있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두려워하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놓쳐버린 기회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 그 마음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내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 노래는 내가 가끔 듣던 곡이었다. 여러 번 재생하면서도, 그동안은 곡의 분위기만 익숙했지, 그 안의 이야기는 한 번도 귀 기울여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으로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왔다. 마치 오랜 친구가 처음으로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처럼.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나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흘려보내며 살아온 건 아닐까. 노래뿐 아니라, 누군가의 말이나 표정, 내 안의 작은 감정들까지도. 배경처럼 깔아 두기만 한 채, 가사의 뜻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처럼.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겉만 스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노래를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가사와 멜로디를 함께 느끼며. 가수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이, 단어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마음이, 내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같은 음악도, 같은 하루도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다음에 또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있다면, 이번엔 조금 더 천천히 들어보고 싶다. 그 안에, 지금의 나도 미처 몰랐던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쌓여, 나를 조금씩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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