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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Sep 16. 2017

인도: 시금치는 맛있다, 시금치 치킨 커리

집에서 손쉽게 만드는 인도 커리

시금치나물은 싫어하지만 시금치는 좋아하는 모순적인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어려서는 엄마가 해주시는 시금치 나물이 싫어서 몸서리를 쳤다. 건강을 생각해서였을까, 아니면 단순히 버무리기 쉬워서였을까, 엄마는 일부러 뿌리 부분이 살짝 남도록 시금치를 넉넉하게 다듬어서 나물을 무치셨다. 그 때문에 엄마가 무치신 시금치나물은 입 안에서 잎줄기들이 엉키는 질깃한 느낌이 들게 하는 동시에 동시에 쿰쿰한 흙내가 살짝 남아있었다. 제대로 짜낸 참기름의 맛을 깨닫게 된 지금에 와서는 고소한 참기름 향에 잠식당하여 한두 점쯤은 너끈이 집어먹을 수 있다. 하지만 엄마 눈치를 보며 뿌리 부분을 바짝 깎아낸 보드라운 녀석들로만 골라먹는 것은  여전하다.


시금치나물만이 시금치 요리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에게, 대학교 2, 3학년 때쯤 처음 먹은 인도의 시금치 커리 팔락 파니르(Palak Paneer)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영등포역의 인도 네팔 음식점 '에베레스트'에서였다. 친구의 궁금증에 주문에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과연  시금치로 만든 커리가 맛있을까 마냥 불안하기만 했었다. 완성된 커리가 어느 순간 식탁에 오르긴 했으나 시퍼런 이끼 같은 색감에 불안하기는 매한가지. 하지만 그 푸르뎅뎅한 정체 모를 커리를 한 숟갈 퍼서 맛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깨달음의 종이 울렸다.'아! 시금치는 맛있구나!' 질깃한 시금치 줄기가 입 안에서 엉겨드는 그 느낌을 마요네즈에 비견될 정도로 부드럽게 갈아낸 시금치 커리에서 찾아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초록색이 선명한 시금치커리는 혀에 올리자 실온에 둔 버터처럼 녹아내렸다. 동시에 온갖 이국적인 향이 축제처럼 터져 나왔다.


시금치와 코티지 치즈로 만든 커리, 팔락 파니르 -사진 출처: dairygoodness.ca



영어 표현으로 '개종자'라는 의미의 'convert'라는 단어가 있다. 동사로는 '개종하다'라는 뜻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전환하다(change)'의 의미인데, 컨버터블(convertible) 자동차, 각종 컨버터(converter, 유튜브 뮤직 컨버터, 환율currency 계산기, 단위unit 계산기 등)할 때의 바로 그 convert이다. 단순히 종교를 바꾸었다는 의미 외에 구어적으로 무언가로 인해 기존의 생각이나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는 단어이다.


예를 들면,


"I am a muslim convert"라는 문장은 "나는 이슬람 개종자이다(이전에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이슬람교를 믿는다)"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의 문장의 'muslim'을 음식과 관련된 단어로 바꾸면 재미있고 실용적인 문장들을 만들 수 있다.


"I am now a suchi convert"라는 문장은 "나는 스시 개종자이다(이전에는 스시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스시를 좋아한다)"이라는 뜻이다.


이번에 소개할 요리의 이름은 머그 사괄라(Murg Saagwala)이다. 팔락파니르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코티지치즈 대신 닭고기가 들어간다. 나를 시금치교로 개종시킨 영등포역의 그 팔락 파니르와 동일한 요리는 아니지만, 시금치를 베이스로 한 커리라는 점에서는 매우 유사하다. 생크림처럼 혀에 감기면서 녹아드는 버터 섞인 시금치의 맛을 음미하다 보면 뒤늦게나마 시금치교에 입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레시피에 대해 나는 자신 있게 한 마디를 던질 수 있다.


"This recipe will make you a spinach convert."



시금치교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에 잠시 앞서, 어찌하면 멀게만 느껴지는 인도 요리를 우리의 평범한 부엌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1. 인도의 요리


<왼쪽부터> 정향(클로브), 터머릭, 가람마살라, 큐민, 코코넛밀크, 코리앤더, 버터, 펜넬씨드, 요거트, 파프리카 파우더


인도요리하면 '향신료'라는 단어가 자동적으로 연상되기 마련이다. 단순히 맛을 연상하는 것을 넘어 역사적으로 따져보아도 그렇다. 예를 들어, '신밧드의 모험'은 인도양을 누비며 일확천금을 찾아 헤매던 아랍 상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설화 모음집이며 향신료는 신밧드가 갖은 고생을 다 하며 꿈꾸던 보물 중 하나였다. '베니스의 상인'으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가 상업 도시로 융성할 수 있었던 까닭도 이들이 인도로 향하는 향신료 교역을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가 아프리카를 한 바퀴 돌아 아시아로 가는 길을 개척한 것도 전부 이 향신료로 가득한 신비의 나라, 인도 때문이었다. 인도의 침략과 정복의 역사 또한 이 향신료 무역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는 향신료 문화가 꽃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자리 잡은 국가였다. 사시사철이 무덥고 습윤한 기후에서 음식의 보존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물리는 자연의 이치란 참으로 절묘하여 후추, 정향, 큐민과 같이 잘 알려진 향신료는 일 년 내내 무덥고 습윤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온갖 향신료로 향을 낸 요리가 인도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그야말로 자연적인 흐름이었다. 한편, 음식 위로 역사가 켜켜이 쌓이게 되면 나중에 가서는 음식의 시초가 필요에 의한 것이었는지 기호에 의한 것이었는지 그 경계가 흐릿하게 된다. 아무리 냉장기술이 보급되어도 인도인들의 향신료 사랑은 더 진해지면 진해졌지 옅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겨우내 부족한 무기질을 보충하기 위해 한국 땅의 선조들이 김치를 만들었고 그 후손인 우리가 김치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된 것을 떠올리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바로 이 인도의 화려한 향신료 문화가, 평범한 부엌에서 이를 즐기고자 하는 우리를 주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커리하나를 만들어보려 해도 필요한 재료가 어찌나 많은지. 펜넬 씨앗을 기름에 먼저 볶아 향을 깨운 뒤 큐민과 코리앤더를 넣고 볶으라는 둥, 그다음에 터머릭과 가람 마살라를 넣으라는 둥. 도무지 이 요리 하나를 만들자고 이 가루와 씨앗을 사모아두어야 하는지 회의감과 주저하는 마음이 들기 쉽다. 하지만 인도 요리 몇 가지를 해보고 나면 깨닫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인도 요리에 유독 자주 쓰이는 향신료 몇 가지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요리 재료를 모아놓은 사진을 보면 내가 구비하고 있는 향신료가 그리 많지 않음을 눈치챌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저것만으로도 꽤나 많은 인도요리를 만들어왔다. 이태원에 있는 식재료 상점 장바구니 물가를 기준으로 3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웬만한 인도요리는 다 만들 수 있는 무적의 기본 향신료 세트를 구비할 수 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어렵지만, 적당히 편안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이 바로 향신료의 세계이다.




2. 인도의 요리 재료


2.1. 허브(또는 향신채, Herbs)

-마늘, 생강, 고추, 양파:

양파를 제외하면 냉동시켜서 보관해도 좋은 재료들이다. 마늘과 생강은 다져서 냉동시키면 요리에 사용하기 편리하다.



3.2. 향신료(Spices)


인도요리의 꽃은 바로 향신료이다. 이 향신료를 요리에 활용함에 있어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향신료를 사용할 때면 거의 항상 기름을 두른 팬에서 향신료를 토스트(toasting 또는 tempring, 힌디어로 Tadka)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향수를 만들 때 식물의 향기가 농축된 에센셜 오일을 뽑아내는 과정과 원리가 비슷하다. 기름을 두른 팬에 향신료를 넣고 이리저리 주걱으로 저어주며 가열함으로써 식물 안에 가두어져 있는 에센셜 오일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내는 것이다. 인도 요리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향신료(spices)를 기름을 두른 팬에 살짝 볶아(toast) 향을 개방시킨다(release the aroma)'는 표현이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영상으로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과정이지만, 직접 주걱을 잡고 해보려면 꽤나 집중력이 필요하다. 프라이팬이 금방 달아오르는 반면 향신료는 쉽게 타기 때문이다. 향이 충분히 배어나왔으면서도 향신료가 그을어서 기껏 뽑아낸 향을 뒤덮어버리지 않을 바로 그 순간을 집중하여 기다려야 한다.


Tempering 또는 Tadka 과정. 영미권 요리 비디오에서는 토스트(toast)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큐민(cumin), 코리앤더(coriander), 가람 마살라(garam masala)

펜넬 씨앗(Fennel seeds), 터머릭 분말(Tumeric powder), 파프리카 파우더(paprika powder)

시나몬(cinnamon), 정향(clove), 스타아니스(star anise)


- 큐민(cumin):

인도요리 특유의 쿰쿰한 냄새의 주범이다(겨드랑이 냄새를 연상시키지만 은근히 입맛을 돋우는 향이다). 요리에 사용될 경우 독특한 매력을 톡톡히 발휘한다. 그 덕에 커리를 만들 때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필수 향신료로 자리 잡았다. 말린 씨앗은 작고 뾰족해서 펜넬(회향) 씨앗과 헷갈리기 십상이다. 워낙 중요도가 높은 향신료이다 보니 씨앗 형태나 파우더 형태 모두 인도 요리에 두루 사용된다. 굳이 두 가지 형태 중 하나를 고르자면 파우더 형태의 큐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도 요리 내에서 활용도가 높을 뿐 아니라 중동, 남미 요리를 만들 때에도 큐민 파우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 코리앤더(coriander):

보통 큐민과 한 세트로 사용되어 그 큰 그늘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코리앤더도 제 나름의 개성이 뚜렷한 향신료이다. 큐민보다는 겨드랑이 냄새가 덜하고 라면스 비슷한 입맛 당기는 매콤한 향이 난다. 파우더 형태로 한 봉지 사두고 두고두고 사용하면 된다. 참고로 '코리앤더'는 한국에서는 '고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잎채소 또는 그 씨앗을 의미한다. 영어로 고수의 줄기와 잎 부분은 실란트로(cilantro) 또는 코리앤더(coriander)로 불리고, 씨앗은 코리앤더(coriander) 또는 코리앤더 씨드(coriander seeds)라고 불린다.


-가람 마살라(garam masala):

가람 마살라는 큐민과 코리앤더, 시나몬, 클로브, 카다멈, 후추 등을 섞어 만든 스파이스 믹스이다.  '따뜻한 향신료(warm spice)'라는 뜻의 힌디어 표현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포함된 향신료의 종류만큼이나 복합적인 맛이 난다. 커리, 고기 요리, 수프, 달걀 등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만능 믹스이다.


- 펜넬 씨앗(회향, fennel seed):

펜넬 씨앗은 연둣빛이 도는 회빛이며 길고 뾰족한 형태이다. 가루로 만들기보다는 건조된 씨앗 형태로 뜨거운 기름에 볶아서 사용한다. 특유의 박하향과 비슷한 달콤한 향이 있는데, 커리나 차이(chai)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인도 식당에서 계산을 하고 나올 때 한 꼬집 집어 설탕과 함께 집어먹는 그 화한 맛의 씨앗이 바로 펜넬이다.


- 터머릭(turmeric, 강황):

따뜻한 맛과 특유의 향도 매력적이지만 터머릭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바로 색깔이다. 한국 카레의 노란색도 터머릭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색이다.


-파프리카 파우더(Paprika powder):

주로 요리에 먹음직스러운 붉은색을 더하기 위해 사용된다. 탄두리 치킨의 붉은색을 낼 때 파프리카 파우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식용색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식 파프리카 파우더는 인도에서 자라는 고추로 만든다.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특징이라 한다. 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파프리카 파우더를 여러 번 구매했는데, 모두 이스라엘산이었다. 이스라엘산 파프리카 파우더 또한 부드러운 향이 나서 사용하기에 무난하다.


- 시나몬(cinnamon):

요리나 디저트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 스타아니스(star anise):

이름 그대로 예쁜 별 모양의 향신료이다. 스타아니스의 향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보면 감초향(licorice)이 난다는 표현이 많은데, 감초 향이 정확히 어떤 향인지 알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고 고개를 끄덕여볼 뿐이다. 화하고 달콤한 박하향 같은 것이 펜넬의 향과 비슷해서 서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 클로브(clove, 정향):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말려 만든 향신료이다. 귀여운 모양새와는 달리 강렬한 치과 냄새를 자랑하기 때문에 요리에 넣을 때는 한두 조각씩 향의 조화를 가늠하며 추가해야 한다. 가람마살라 등 스파이스 믹스를 만들 때 자주 사용되는 향신료이다. 차이 티(chai)와 같이 디저트 요리에도 사용된다.


- 카다멈(cardamom):

커리를 만들 때나 디저트에 많이 쓰이는 향신료이지만 아직 구매해본 적은 없다.


-겨자씨(Mustard Seeds):

유튜브 요리 동영상을 통해 커리를 만들 때 머스터드 씨를 필요로 하는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큐민과 코리앤더 같은 기본 향신료가 밑바탕이 되는 커리를 만든다면 기본 향신료들로 인해 그 역할이 어느 정도 보완이 되기 때문에 겨자씨를 건너뛰어도 큰 무리는 없다. 특유의 톡 쏘는 향이 있어 피클을 담글 때에 왕왕 사용된다. 인도요리만을 위해 겨자씨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피클링 스파이스를 구매해보자. 겨자씨가 다량 포함되어 있다.


-커리 파우더(curry power):

큐민과 코리앤더, 시나몬과 정향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 커리만들기용 가루이다.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직접 향신료를 배합해서 만드는 것보다 저급이라는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자취생 입장에서는 이것 하나만 있어도 다른 재료 없이 인도요리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한 재료이다. 나 또한 큐민과 코리앤더를 따로 장만하기 전까지는 이 커리 파우더에만 의존해서 야매 인도요리를 만들었다.


-샤프론(saffron):

귀한 향신료의 대명사이다. 밥과 같은 요리를 노란빛으로 염색하는데 자주 사용되며 아주 소량만 사용해도 그 색과 향이 확연히 느껴진다는 특징이 있다. 고가의 재료이므로 일반 자취생이 이를 장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유의 샤프론 향은 어찌 구 방법이 없겠지만 그 강렬한 노란빛은 터머릭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




*구매 팁:

나는 모든 인도요리 재료를 이태원의 세계 식재료 전문점에서 구매하였다. 한 자리에서 실물을 확인하 각종 재료를 구매할 수 있으니 서울 주민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들러 관심 있는 나라의 식재료 코너를 유심히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한편, 인도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향신료는 인터넷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샤프론을 제외하고 모든 가루 향신료(큐민, 코리앤더, 커리 파우더 등)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한 박스 기준 5천 원 이하이다.



2. 3. 소스, 통조림, 건조식품

코코넛 밀크(coconut milk), 플레인 요거트(plain yogurt), 기(ghee) 또는 버터(butter)



-코코넛 밀크(coconut milk):

커리를 만들 때 사용된다. 남부 인도 요리에서 특히 자주 사용된다고 한다. 코코넛 밀크 특유의 향과 질감으로 인해 커리의 맛이 더 풍부하고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시금치가 들어간 팔락파니르 따위의 커리의 경우 코코넛 밀크를 추가할 경우 선명한 초록빛이 탁하게 변하므로 조금 고민을 한 후에 추가하도록 하자. 유통기한이 길어서 자취방 구석에서 보관하기 좋다. 용량이 적은 것(165ml)은 2~4인분용 커리를 만들 때 깔끔하게 한번 사용할 분량이다. 단위 가격은 작은 것(165ml 이하, 1500원~2천 원)이 큰 것(400ml, 2~4천 원)에 비해 더 비싸지만 요리를 하고 남는 일이 거의 없어 처리하기가 더 간편하다. 식음료용으로 개발된 것은 설탕이 첨가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설탕이 추가되지 않은 제품을 사도록 주의해야 한다.


-요거트(yogart):

각종 커리나 라시(Lassi)와 같은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탄두리 치킨의 양념을 만들 때도 요거트가 들어간다. 요리용 요거트는 당분과 첨가물이 없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시중에서 가장 첨가물이 적은 흰 요거트를 찾아서 사용하도록 하자.


- 기(ghee, 버터로 대체):

기(ghee)는 버터의 세 가지 함유물인 버터 지방, 우유 고형물, 수분 중 우유 고형물과 물을 걸러버리고 순수한 버터 지방만을 모아둔 것이기에 클래리파이드 버터(clarified butter)로 분류된다. 중불에서 오랫동안 버터를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킨 후, 우유 고형물을 천으로 걸러내어 버터 지방을 얻는 방식으로 만든다. 우유 고형물을 제거했기 때문에 발연점이 높아서 튀기거나 볶는 요리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세계 식재료 상점이나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버터를 정제해서 만든 식품이기 때문에 한 통에 최소한 만 원 정도는 한다. 항상 인도요리만 만들어먹는 것이 아니라면 아쉽지만 버터로 대체하는 것이 합리적이기는 하다.



*구매 팁:

기(ghee)를 제외하면 모두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기(ghee)의 맛이 궁금하다면 이태원의 세계 식재료 전문상점이나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하자.




3. 인도의 커리와 머그 사괄라(Murg Saagwala)


인도 사람들은 대체 언제부터 커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일까? 인더스 문명이 남긴 최대 도시, 모헨조다로 유적을 연구한 학자들도 커리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었다. 이 일대에서 펼쳐진 고고학 조사에 의해 기원전 2600년 경, 즉 지금으로부터 약 4000 전부터 인도인들이 커리를 만들고 있었음이 증명되었다. 겨자와 펜넬, 큐민 등의 향신료를 빻기 위해 사용한 절구와 절굿공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델리 서쪽의 파마나라는 도시에서는 비슷한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물에서 생강과 터머릭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커리에 쌀을 곁들여먹는 관습도 이미 이 시기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쌀을 대량으로 생산한 흔적뿐 아니라 밀, 보리, 렌틸 등을 식용한 흔적 또한 발견되었다. 후추의 경우는 그 원산지가 인도보다는 동남아시아 쪽에 가깝기 때문에 인도인이 요리에 사용하는 향신료의 대열에 조금 늦게 합류했다. 후추가 본격적으로 인도 요리에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2000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신대륙의 발견으로 아메리카에서 전래된 고추가 커리 재료 대열에 합류한 것은 이것보다 수천 년은 더 뒤의 일이다.


커리만큼 긴 역사의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요리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그런 만큼 커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였다. 긴 세월에 거쳐 수백, 수천 가지의 이름과 형태를 가지게 된 커리를 특정 조건을 지어 규정하기는 어렵다. 인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및 일본과 한국 등의 동아시아에서도 고유의 커리를 보유하게 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번에 소개할 요리 또한 커리의 일종으로 그 이름은 머그 사괄라(Murg Saagwala)이다. 인도요리에서 '사그' 또는 '사괄라'(saag, sag, 또는 Saagwala)는 시금치나 겨자채, 브로콜리 등 식물의 초록색 잎을 이용한 요리를 지칭한다. 시금치 베이스에 파니르(Paneer, 인도식 코티지치즈)를 곁들이는 팔락 파니르(Palak paneer)가 유명한 배리에이션이다. 원래 사그는 펀잡 지방에서 널리 알리 알려진 요리였는데, 이 지방의 사그 요리로는 겨자채와 기(ghee, 인도식 버터)를 넣어 만든 sarson da saag가 유명하다고 한다. 겨자채 특유의 톡 쏘는 맛 때문에 부드러운 팔락 파니르에 비해 더 강렬한 맛이 난다고 한다.  반면 이번 요리인 머그 사괄라(Murg saagwala)는 이름 자체는 '닭고기가 들어간 사그 요리',  초록 잎채소 페이스트 요리를 의미하지만 주로 시금치를 사용하여 만든다. 닭고기가 들어가 풍만감이 있으면서도 시금치 베이스 커리의 특유의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겨자채를 넣어 만든 sarson da saag. 시금치로 만든 사괄라 요리보다는 더 톡 쏘는 개성이 강한 맛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유튜브



[머그 사괄라 레시피 동영상]

유튜브의 인도요리 스타 중 한 명인 Vahchef의 레시피를 따랐다.

Chicken In Silky Spinach Curry - Murg Saagwala - By Vahchef

https://www.youtube.com/watch?v=NCjojVI-s1g



[머그 사괄라 재료]


-닭고기 750g : 닭가슴살 또는 닭다리가 조리하기에 편하다.

-식물성 기름 2 테이블 스푼

-작은~중간 사이즈 양파 1개 다진 것

-마늘 5 알 슬라이스한 것

-다진 생각 1 티스푼

-청고추 다진 것 3 줄기 정도 : 나는 청고추가 없어서 홍고추로 대체했다.


-터머릭 파우더 1 테이블 스푼

-칠리 파우더 1 테이블 스푼: 카옌페퍼를 사용

-큐민 파우더 1 테이블 스푼

-코리앤더 파우더 1 테이블 스푼

-다진 토마토 1 컵

-시금치 한 단

-넛멕 파우더 한 꼬집

-가람 마살라 파우더 1 테이블 스푼

-크림 1 테이블 스푼

- 버터 기호대로




[머그 사괄라 조리법]


1) 시금치는 버터를 두른 팬에 볶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믹서에 갈아서 시금치 페이스트를 만든다. 요리 후반부에 넣을 것이기 때문에 따로 담아둔다.




2) 팬을 데운 후 기름을 두르고 다진 양파를 넣은 후 황금빛이 돌 때까지 중불에 익힌다.




3) (2)의 양파에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고 살짝 익힌다.




4) (3)에 다진 생강과 청고추(나는 청고추가 없어 홍고추를 사용), 소금을 넣고 볶는다.




5) 터머릭 파우더, 코리앤더 파우더, 큐민 파우더를 더해 넣고 재빨리 볶는다. 이런 파우더류는 바닥에 눌어서 타기 쉬우므로 너무 오래 볶지 않는다.




6) 잘게 썬 토마토를 넣고 토마토가 익어서 형체가 무너질 때까지 볶는다. 토마토가 다른 향신료와 잘 섞이도록 주걱으로 눌러주며 볶는다.




7) 토마토가 거의 다 익었을 때, 적당한 크기(개인 기호에 따라 손질)의 닭가슴살 또는 닭다리살을 올려서 익힌다.




8) 닭고기가 70퍼센트 정도 익었을 때 시금치 페이스트를 넣고 잘 섞는다.




9) 넛멕과 가람 마살라를 넣고 잘 섞는다.



10) 기호에 따라 크림을 추가해도 좋다. 크림을 넣으면 맛이 더 부드러워지지만 강렬한 초록빛이 조금 바래게 된다. 버터를 추가하면 맛과 향이 더욱 풍부해진다.



머그 사괄라 완성!




닭고기가 부드럽게 잘 익었다. 이를 감싸고도는 것은 입에 넣으면 그대로 녹아내리는 시금치 커리이다. 그 부드러움이 어릴 적 엄마 몰래 훔쳐먹었던 동생의 파우더 이유식에 비견될만하다. 크림과 버터가 들어가기는 했으나 입안을 감싸고도는 부드러움은 역시 곱게 갈아낸 시금치가 핵심적이다.




향신료 향에 담뿍 젖어있으면서도 곳곳에 박혀있는 잘 익은 토마토가 새콤한 맛까지 더하고 있다. 한 숟가락 안에서 산과 바다와 들이 만나는 것 같은 다채로움이 펼쳐진다.




어린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엄마의 시금치 무침에 도리질하는 나에게 이 요리를 선물하고 싶다. 물론, 시금치가 들어갔다는 사실은 숨기고 말이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식탐과 호기심이 강했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새로운 요리를 받아들고 행복하게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을 것이다. 그릇을 다 비우고 배를 두드리고 있는 아이에게, "너 사실 시금치 반 단 정도를 혼자 다 먹은거야!"라고 뒤늦은 고백을 할 수 있다면, 그 놀란 표정을 구경할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어릴 때는 그토록 싫어했던 시금치. 이제는 인도 사람들의 지혜로 내가 사랑하는 채소가 되었다.




혹시, 당신도 이제 시금치 개종자(spinach convert)인지요?




[참고한 사이트]

위키피디아: Spice trade https://en.wikipedia.org/wiki/Spice_trade

위키피디아: Indian cuisine https://en.wikipedia.org/wiki/Indian_cuisine

위키피디아: Tempering (spices)  https://en.wikipedia.org/wiki/Tempering_(spices)

"11 Essential Spices for Indian Cooking" http://www.thekitchn.com/11-essential-spices-for-indian-cooking-223152

"Curry: Where did it come from?" By Anna-Louise Taylor http://www.bbc.co.uk/food/0/24432750

Chicken Saagwala Recipe  https://www.thespruce.com/chicken-saagwala-with-spinach-195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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