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버금 작가가 읽어주는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집'에 대해 쓴 책을 떠올리면 당연할 만큼 자연스럽게, 근사한 '내 집'을 소개하는 책들이 먼저 떠오른다. 자연과 벗하는 전원주택 생활, 도심 속 북유럽풍 모던 주택... 입이 떡 벌어지는 그림 같은 집을 소개하는 책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책 한 권을 사는 것뿐. '내 집 마련이 평생 꿈'이라는 말이 삶의 모토가 된 시대, 그 꿈이란 건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
여기, 그 물음에 다른 방식으로 답하는 작가가 있다. 스스로를 집과 집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 칭하는, 서른 두 해 동안 무려 열다섯 번의 이사를 경험한 작가. 오늘 소개할 브런치북은 집순(박윤선) 작가의 글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 뭘. 나 역시 이런 생각 때문에 항상 '임시'로 살아왔던 것 같다. 허름한 플라스틱 서랍과 여행용 식기 같은 것들을 가지고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10년이 지나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서러움이 밀려왔다.
‘나의 언젠가는 언제 오는 건데?'
그래, 이제는 임시로 살지 않으리라. 그런 다짐으로 작은 부분이라도 집을 고치고 가꾸기 시작했다. 여전히 남의 집이라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제는 똑같이 2년을 살아도 임시 인생을 산다는 슬픈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대만족이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이 곳은 내가 사는 내 집이고, 비록 임대라 할지라도 이 곳에서 풀어가는 내 삶은 결코 임시가 아니다.
이 브런치북이 쓰일 당시 1인 가구 비율은 27.1퍼센트. 이후에도 1인 가구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 2019년에는 30퍼센트를 넘겼다. 세 가구 중 한 가구 꼴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여전히 혼자 사는 집은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사는 과정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고 있다면 이제는 그 상태를 조금 더 진지하게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모두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제 삶을 꾸리고 있는 어엿한 사회 구성원들이니까 말이다.
내 집에 꾸린 올망졸망 개성 있는 소품들처럼, 열 편에 거쳐 쓰인 이 브런치북에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 웃지만은 못할 이야기, 탄식감에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고루 들어있다. 이사에 대해 '무한히 이어질 것 같던 지루한 일상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일'이라 말하는 집순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내 집'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집이란 때로 웃고, 때로는 울 수 있는 곳. 일 년 사계절을 보내는 곳. 그 사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는 곳. 그렇게 보낸 나의 한 해를 고스란히 기억해주는 곳. 소유를 떠나, 삶이 함께 하는 '내 집'이란 결국 그런 곳이 아닐까.
글: 브런치 작가 김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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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버금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만나본 브런치북을 더 읽고 싶으시다면, 브런치에서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또는 집순 작가를 찾아 주세요. 온라인 서점에서 종이 책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