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봄이다.
동백꽃, 매화, 벚꽃이 지고 이제는 진달래, 철쭉이 자기 차례라며 자태를 뽐내려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벌과 나비가 된 듯 이리로 저리로 꽃들을 따라다니기 바쁘다.
한겨울 잘 버텨낸 동백꽃은 벚꽃에게 인기를 양보라도 하듯이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꽃들도 바통터치를 하는 것일까?
동백꽃은 잎을 하나하나 날리는 여느 꽃나무들과는 사뭇 다르다.
성격이 급한 건지, 더 이상 이 세상에 미련이 없는 건지 아직 커다란 꽃송이를 그대로 툭 떨어진다.
단호하고 가차 없으며 그래서 더욱 애처롭다.
이제 막 나무 밑에 떨어진 동백꽃송이는 잎이 아직 촉촉하고 생기도 남아있다.
뭐가 그렇게 바빴을까.
어쩌면 나무는 자꾸 돌아보면 헤어지기 힘들까 끝내 매정하게 떠나보내는 걸지도 모른다.
홀로 남은 나무를 두고 떠나는 붉은 꽃송이는 나무 주변을 오랫동안 지킬 것만 같았다.
벚꽃은 아쉬운 듯 꽃잎들을 하나하나 봄바람에 맡긴다.
벚꽃이 흩날리면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연인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특수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꽃들이 서로 바통을 넘기는 사이
떨어지는 꽃잎들은 서운한 작별 인사를 한다.
심지어 집에 있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는데, 야채가게에서 식품 배달을 시켰더니 벚꽃잎이 같이 실려 온 것이다.
뜻밖에 만난 꽃잎의 인사에 괜히 봄기운이 느껴져 마음이 부풀었다.
떨어지는 꽃잎에게.
너의 상실이 나에게는 어떤 생기도는 기운이 되다니, 미안하다 해야 할지 고맙다 해야 할지.
생이 비록 짧다한들, 어느 누가 그 짧은 시간에 너 만큼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까.
좋은 기억,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너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많은 인파 속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몰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매년 너를 기다릴 거고 그 시간은 언제나 행복할 거라고.
올해도 반가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