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본 적 있어?
최근 '나다움'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자유로움.
나에게 자유는 정말 큰 키워드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하는 것,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믿는 것들을 해내며 사는 것. 나는 이것이 나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변하고 있기에 정형화할 수도 없고 몇 개의 키워드로 규정하고 싶지도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중국 작가 장징푸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끌어주는 사람 또 하나는 뒤로 미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끌어주는 사람에게만 감사하지만 뒤로 미는 사람에게도 감사해야 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감사할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좌절을 듣고 새롭고 강한 인생을 살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신수정 <일의 격> p.265 | 나를 밀어내는 사람
실은 쉽지 않은 사람들과 동료로 함께 일하고 있다. 나에게 썩 호의적이지 않거나 나를 무능하게 보는 사람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회의 시간에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말을 했다고 눈을 부릅뜨며 화를 내기도 하고 토라져서는 한동안 인사도 외면하는 그런 40대 분도 있다ㅎㅎ). 한 사람 한 사람, 사람으로서는 좋은 분들이다. 하지만 일적으로 엮이니 그렇지가 않다. 2년의 시간을 경직된 환경 속에서 그들과 함께하다 보니 나 또한 감정적으로 쉽게 휘둘리기도 했다. 나의 세계를 좁은 틀에 욱여넣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처음엔 그렇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그들을 무관심으로 응대하며 나를 지키려 했다. 필요한 업무적 대화 외 스몰 토크는 줄어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한 선택이 오히려 나다움을 잃게 한 계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타인과 나 사이에 경계를 만들고 분리할 것이 아니라 나의 일, 내 몫,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그저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좁아져가는 세계와 퇴색되는 다채로움, 줄어든 일상의 즐거움에 대해 무의식중에 그들을 탓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달리 보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은 나를 업그레이드할 기회이자, 나다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전에는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것을 보고 들으며 경험을 쌓기만 했지 내재화할 시간이 없었다. 경험의 내재화. 정말 필요한 시간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언제까지 이럴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앞으로의 40+년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시간은 나를 단련하는 시간으로 충분히 써봄직도 하지 않나. 나중에는 오히려 나를 밀어내고 힘들게 한 이들에게 감사할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중이 아니라 지금부터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환해야겠다.
매일 당신 덕분에 나는 더욱더 견고해지고 넓어지고 다정해지고 있어요.
아… 아직은 좀 진심이 안 담긴다.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자 아들러의 주장 중 하나인 '과제의 분리'는 자신의 일과 타인의 일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이 일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누가 받을 것인가?'가 누구의 과제를 결정한다. '과제의 분리'를 하면,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 괘념하지 않게 된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의 일이지 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나를 생각하고 대하는가에 따라 내 감정이 흔들리는가 아닌가는 나의 과제이다. (중략) 내가 누군가를 돕거나 벽을 허무는 것, 용서하는 것은 나의 과제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의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수정 <일의 격> p.275 | 과제의 분리
'과제의 분리'라는 표현이 썩 와닿지는 않는다. 영어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구글에서 찾아보았는데 separation of tasks, 이 또한 과제의 분리구나.
아들러는 나의 책임과 타인의 책임이 무엇인지 구분함으로써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과제의 분리'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액션을 보니 이것이 어쩌면 나답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일을 알기
타인의 일에 끼어들지 않기
나의 일에 집중하기
인정을 바라지 않기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 받아들이기
특히 마지막에 언급된 미움받을 용기는 쉽지 않지만 정말 중요하지 않나.
Not everyone will like you, and it's OK.
It's about being comfortable with who you are, even if it means not pleasing everyone.
때로는 내가 느끼는 걸 한국어로 표현할 때보다 영어로 표현할 때 좀 더 깊숙이 와닿는 느낌이 든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고, 그래도 괜찮다. 모든 사람을 기쁘거나 만족시킬 수 없어도 내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정신적 노예에서 벗어나는 자유'에 대한 탐구.
"우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스스로의 해석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해석)이다"
신수정 <일의 격> p. 291 | 내가 나를 좌절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이 나의 짓누를지, 나를 딛고 일어서게 할지는 나의 판단이요, 나의 선택이다.
잊지 말자. 항상 카드는 내 손에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저 나를 돌보고 바꿀 뿐이고, 나의 일을 하고,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타인의 반응, 그들의 감정은 그들의 몫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바꿔나가면 된다.
그렇게 정신을 무장하고 오늘을 시작해 보자.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