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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웬 Nov 04. 2024

이제는 피드포워드 feedforward

피드백을 대신할 피드포워드

 <일의 격>의 리더십 파트를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현재 나의 보스와 동료들을 떠올리게 된다. 안 좋은 예시들을 보면서 ’그러니까 그렇지‘하는 생각들이 수십 가지가 떠오른다. 현재 일어난 상황에 대한 비판적이고 부정적 감정과 생각이 아침부터 물밀듯이 몰려온다. 

꾹꾹 눌러보지만 이내 터져 입 밖으로 나오고 만다.

어휴…


There is little water in the cup. 

VS

There is a little water in the cup.


거의 없거나, 조금 있거나. 

부정적 관점이냐, 긍정적인 관점이냐. 

같은 양의 물을 봐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내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넘어선 원영적 사고. 


24.03.15 X에 올라온 ‘원영적 사고’ 유행의 시작이 된 게시글


부정적인 상황을 인지하되 그것조차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는 과정으로써 바라보는 것. 장난스레 럭키비키를 외치는 밈이 확산되었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준 것임에는 분명하다. 



더 나은 결과와 성장을 위해서 우리는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때 많은 경우 우리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이게 잘 되었고, 이거는 부족하고, 이건 개선해야 한다는 식의 대화를 나눈다. 나 또한 피드백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한다. 피드백을 주는 입장일 때 오히려 편하다.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날카롭게 분석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피드백을 받는 당사자가 되면, 때로 그 평가를 즐거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영어강사로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안되던 시점에서 '회의'라는 이름으로 모인 자리에서 집단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업무에 대해서가 아닌 인간에 대한 비난이었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의 예상 성적이 학원에서 기대한 성적(100점, 최소 98~99점)에 미치지 않자 '최악'이라는 발언과 함께 감정적으로 인간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해는 한다. 점수가 학원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았으면 왜 그랬을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다음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면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그냥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최종 성적이 나왔을 때는 예상 성적(항상 최하점을 고려한다)보다 점수가 높아졌기에 그들이 생각한 만큼 최악은 아니었던지 비난 당사자들은 입을 싹 닫더라. 



그 일이 있은 후 시간이 많이 지났고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자꾸 회자되는 그때의 상황이, 이 글을 쓰면서 드는 감정이 괜찮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 나는 괜찮지 않았고 내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을 많이 다쳤나 보다. 사실 섣부른 판단에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었다. 그때 이후로 보스는 원 팀(one team)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그저 말에 그칠 뿐이었다. 슬프게도 나는 그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를 무능력하게 보며 신뢰하지 않음이 느껴진다. 신뢰는 쌍방이 주고받는 것이기에. 요즘은 (내 기준) 미성숙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매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이곳을 벗어나 보다 성숙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래서 당장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누르고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쉿)




피드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가 있으니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관점을 조금만 옮겨보면 어떨까. 바꿀 수 없는 과거(이미 벌어진 일)에 초점을 맞추는 피드백(feedback) 대신, 바꿀 수 있는 미래(나의 태도, 그리고 취할 수 있는 액션)에 초점을 맞춘 피드포워드(feedforward)를 하면 좋겠다.




리더십 코치 골드스미스 박사는 '피드백'이 아닌 '피드포워드'를 하라고 권고한다. 피드백이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피드포워드는 바꿀 수 있는 미래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적용해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내가 과거에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요?", "나의 문제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대신 "내가 ~부분을 잘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방식으로 물으라는 것이다. 전자는 피드백의 질문이라면, 후자는 피드포워드의 질문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과거 잘못이나 문제를 들추지 않고도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신수정 <일의 격> p.237




무엇을 바라보는가는 내 마음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관점은 관심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질문이 중요하다.



관점 ( 觀點 ):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

관심 ( 關心 ):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



관점에서는 볼 관(觀), 관심에서는 관계할 관(關)을 쓴다.



같은 한자를 쓸 줄 알았는데 다른 한자를 쓴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어떨까? 우리의 마음이 향하고 이끌리는 방향만 잘 조준해도 우리가 관찰하는 사람, 사물, 현상,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피드포워드. 용어가 낯설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피드백 대신 피드포워드라는 용어를 써야겠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 시간과 장소의 자유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리고 일단 쓰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아주 작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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