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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케 Sep 07. 2022

유재하의 음악이 클래식인 이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읽고



저는 옛날 가수 유재하의 앨범(사랑하기 때문에, 1987년 작)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서정적인 가사와 담백한 음악이 딱 제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보다도 옛날 노래라는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같은스타일로 요즘 나왔어도 아마 전 좋아했을 거예요. 비슷한 이유로 윤종신, 김현철, 장범준의 노래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 유재하를 겪은 사람들은 제가 단순히 ‘좋다’고만 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더라고요. ‘한국 발라드계의 클래식이다’, ‘유재하=레전드 반박불가’ (출처 : 멜론 앨범 코멘트) 저도 별 생각 없이 그런갑다..하고 읽어 내리던 중, 한 용기있는 네티즌의 당돌한 코멘트가 눈에 띕니다.


노래 좋긴 한데 이런 스타일 엄청 평범하지 않나? 

레전드니 혁명이니 하는 거 그냥 꼰대들이 옛날 노래라고 올려치기 하는 것 같음. 

하나도 특별한지 모르겠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싱어송라이터의 세계, 즉 창작과 작곡 편곡의 세계로 발라드의 지평을 개척한 사람이 유재하다.”


유재하가 특별한 이유는 그 전까지는 그런 스타일의 한국 음악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재하는 본인의 전공인 클래식을 녹여낸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고, 당시에는 대중적으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망 후 더 큰 인정을 받았어요. ‘지금 나오는 대부분의 한국 발라드는 유재하의 모방이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요.



결국 저 네티즌이 유재하의 음악을 평범하다고 느낀 이유는, 사람들이 유재하를 레전드라고 부르는 이유와 같은 이유였던 거죠.


글의 시작을 여는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포스트맨…]은 일단 재밌었어요. 그다지 똑똑하진 않은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살인 이야기구나. 그래서 진짜 사랑하긴 한건가? 하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읽긴 했지만, 그래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파악이 어렵더라고요. 왜 보통 고전들은 원래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화자가 암시하는 메시지 뭐 그런거.



좀 찾아봤더니요. [포스트맨…]은 1930년대 작이고, ‘하드보일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하드보일드 문학’이 뭐냐면요.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수법을 의미한다.’ 라는데… (출처:네이버 위키백과) 이거 제가 얼마 전에 본 넷플릭스 [마이네임] 같은 느와르 장르랑 결이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ㅋㅋ


[포스트맨…]이 고전인 이유도 유재하가 클래식인 이유와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1930년 당시에 범죄에 대해 가감없이 서술하는 이런 과감한 문체는 매우 새로운 기법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매력 있는 서술 방식이죠. 2021년의 [마이네임]도 여전히 이 방식을 차용하고 있듯이.



그래서 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50년 쯤 지나면 내가 재밌게 읽는 지금 현대 소설도 어떤 해석과 해설이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지금의 소설들로 우리네의 마음과 생활을 추측하겠구나. 예를 들어 이렇게 말이에요.



… 팀장의 부재로 다혜는 온전한 (1)월급루팡의 날을 즐기고 있었다. 이따 오후에는 슬쩍 (2)올영도 갈 예정이었다. (3)‘올리브영은 세일 때 안 사면 바보야.’라며 혼자 웃었다. 그 때 새로운 알림창이 눈에 들어왔다. 다혜는 떨리는 마음으로 (4)카카오톡을 확인했다.


[투표 : 10월의 독서 모임] 결과

딱 한 표 부족으로 다혜의 책이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5)개 아쉬운 승부였다. 좀 더 홍보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해봐야 이미 지난 일일 뿐이다.


(1) 도둑 ‘루팡’에서 따온 2021 당시의 유행어. 월급을 루팡한다, 즉 일을 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것을 월급을훔친다는 의미로 해석한 언어유희. 하지만 비싼 것을 훔치는 ‘루팡’과 본인의 작은 월급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월급 소매치기’라고 바꿔 부르자는 운동이 성행하기도 하였다.


(2) 당시 화장품을 팔던 한국의 대표적 프렌차이즈 상점인 올리브영을 줄여서 부르는 말


(3) 당시 올리브영은 너무 잦은 가격 인하를 진행했다.


(4) 2021년 당시 한국에서 가장 자주 쓰던 모바일 메신저. 현재는 자주 쓰이진 않는다. 아이폰 164에서는 사용 불가능하나, 갤럭시 182에서는 사용 가능하다.


(5) 당시 무언가를 강조할 때 쓰던 비속어. 개 좋다, 개 싫다, 개 짜증난다 등 긍정과 부정 표현을 가리지 않고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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