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교가 많은 딸이지만 막상 전화는 자주 하지 않는 딸이기도 하다. 적당히 늦은 퇴근길에 부모님 생각이 나 번갈아 가며 전화를 했는데 두 분 다 받지 않았다.
엄마에게서 다음 날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전화가 왔다.
"우리 딸 많이 힘들지?"
"아니야 엄마, 나 이제 점심시간 끝났어."
"그래 많이 힘들지? 잘 챙겨 먹고 다녀."
"알겠어. 엄마 저녁에 다시 전화할게."
엄마는 저녁에 일이 있다며 바쁘면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막 끊으려 하니 엄마가 급히 남기는 마지막 말은 "우리 딸 사랑해."
나는 옆에 앉은 주임님을 개의치 않고 "나도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표현에 인색하지 않은 우리는 자주 서로에게 사랑을 말한다. 이처럼 흔하고, 강력한 말이 또 있을까. 듣고 또 들어도 간지럽고 기분 좋은 말이 바로 사랑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 사랑을 간직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아껴온 사랑이 있다면 오늘 꺼내기를. 그러면 적어도 하루는 그 힘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