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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mei mi Aug 20. 2020

1. 법정스님- 나는 네가 좋다고
세상에 외친다.

솔직한 옷, 청바지.







<  이미지 출처 - 사진작가: 근승랑 - 비구, 법정法頂  >







어렵고 혼란한 시기. 난세의 영웅이 나온다고 했던가. 경제적 불황과 전 세계적 전염병 코로나 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우리는 사회를 이끌어줄 지도자를 열망한다. 시대의 빛이자 희망의 상징으로서 화합과 인류애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 나는 열반하신 '법정 스님'이 떠오른다. 




스님은 덕망 높은 종교 지도자인 동시에 수필가로서 유명한 분이었다. 지금도 살아생전 남기신 책과 법문 영상에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불자인 스님께서 입으시는 의복이라면 법의(法依) 밖에 없을 텐데, '청바지'와의 연결고리가 과연 있겠는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 법정 스님께서 데님을 입고 계신 사진을 본 것도 아니다. 청렴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신 스님이 남긴 유일한 흔적. 그분의 저서 속에 한 부분이 내 마음에 푸른빛을 밝혔다.




<   나는  무소유를  소유(所有) 하고 말았다.  >






1976년 출간되어 80만 부를 돌파한 스테디셀러 <무소유(無所有)>.  스님의 유언으로 이제는 절판된 책이다. 스님은 무소유(無所有)를 설파하셨지만 나는 무소유를 소유(所有)하고 말았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도서관에서 대여했었다. 어찌나 많은 도서 반출이 있던지, 넝마 수준으로 변한 책의 상태를 보며 그 대중적 인기를 실감했다.



담담하고 솔직한 문체에 사물의 소유에 관한 스님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책을 읽고 너무나 깊은 감명을 받은 김영한 님께서는 자신이 운영하던 고급 요정(料亭) 대원각과 그 부지를 스님께 시주하시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님은 거절하셨다. 이에  근 10년에 걸친 끈질긴 제의가 이어지며, 1997년 '길상사'가 창건되었다는 전설 같은 일화를 남겼다. 이처럼 책에서 받는 감동은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올 수 있다. 나는 글에서 느껴지는 고매한  인품보다 가감 없이 솔직한 성격에 반했다. 무소유에 수록된 '영혼에 모음 -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이 대목에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화엄경은 불교 화엄종의 경전이다. 불자인 스님께서 경전과 함께 꼽은 단 하나의 책이 '어린 왕자'라는 사실. 또한 그토록 찬미하는 책이 '어린 왕자'인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어린 왕자는 누구나 아는 훌륭한 책이지만, 왠지 스님께서 거론하는 책이라면 벽돌만 한 두께에 어려운 단어와 문장으로 가득한 심오한 내용의 책일 거라는 마음속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밈없이 밝게 말씀하시는 그 태도가 놀라웠다. 나는 그 점이 청바지와 법정 스님이 닮았다고 느꼈다.



데님이라는 소재가 표현하는 인디고의 다양한 색감과 직물의 특성을 살린 워싱은 옷에 대한 제한이 없다. 무궁무진한 표현 아래 누리는 자유 그 자체다. 그래서 솔직한 옷이다. 그 참된 모습이 같게 느껴졌다. 소극적인 삶을 살아왔던 내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자연을 사랑하신 법정 스님에겐 우리나라의 쪽빛을 띤 짙은 데님 컬러가 떠오른다. 순수한 인디고에 인접한 색. 인간의 삶을 '맑고 향기롭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청명한 스님의 모습이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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