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중년 우울 15화

어머니 간호가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생각이 되다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 도전기

by 황교진

7월 중순쯤 내 첫 직장 동료인 강태호 과장님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고 연락해 주셨다. 그는 퇴사 후 벤처 창업을 준비하다가 사회적기업 쪽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어머니 같은 중환자 가족을 장기 케어하는 분들을 위해, 간병인과 요양보호사 등 이 고통의 실무자들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서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당시 나는 어머니께 투입되는 강한 성분의 장기 연명 투약들을 소극적인 치료로 바꾸기로 병원 측과 의논한 뒤 깊은 우울감을 견디고 있었다. 강 과장님은 치매 어머니를 10년 넘게 집에서 돌봐드리다가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난 6월부터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준비하면서 외주 편집 일이 들어와도 거절하고 긴장과 무기력감을 견디던 차였기 때문에 이 일이라도 집중해 보자는 마음으로 강 과장님과 회의를 하여 하루 만에 뚝딱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렇게 ‘2017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의 서류 마감 직전에 접수했다. 핵심은 내 가족을 돌보는 심정으로 사명감이 있는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의 마인드와 환자 케어의 세밀한 테크닉을 교육하고 양육하여,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장기요양환경을 만들고, 간병이 필요한 보호자와 매칭시키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곧 제안서가 통과됐으니 8월 11일에 발표할 자료를 만들어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봄부터 준비해 온 200~300팀의 전국 참가자들 중에 급하게 마감 직전에 밀어 넣은 제안서로 서울지역 예선 1차를 통과한 것이다. 제안서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로 만들어 5분 안에 발표할 대면 자료를 다시 밤새워 뚝딱 만들어 보냈다. 8월에 전문가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했다.

소셜 미션인 ‘갑자기 중환자가 된 가족에게 잘 훈련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매칭하여 보호자가 안심하고 일상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어머니 간호하면서 내가 겪은 일들에 대한 공감과 아픔에서 시작한다. 20대부터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간병에만 매달려 오며 어느 순간 흘러들어온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명이 40대 후반에 현실화한 계획이다.


그러나 심사위원 중 센터에 계신 분만 살아온 경험으로 사업하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는 호평을 해주셨고, 다른 여러 심사위원들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약하다는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져 이 문턱을 넘지는 못하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적절한 대답을 생각해 봐도 지친 사람들을 돕겠다는 미션을 수행하며 그 지친 사람들에게 돈을 받을 방법과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님이 밀어주신다는, 어떤 신기한 힘을 경험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여 떨어질 줄 알았던 대면 심사에서 통과했다. 전국대회 본선 진출자가 되었고, 일반창업 최종 본선 진출 18팀 안에 유일하게 시니어 케어의 아이템으로 통과했다.

9월에 현대그룹연수원에서 1박 2일 멘토링 캠프에 참석해서 글로벌팀과 일반창업팀 본선 진출자들과 모의 경연을 했다. 거기서 멘토 분들께 간병, 간호 관련 기존 사회적기업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았고, 사업성이 없으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들었다. 소셜 미션을 해결하면서 기업 활동을 한다는 선배들도 생존이 쉽지 않다는 조언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 최종 발표를 준비하는 중에 어머니가 소천하셨다. 지금도 중환자 케어를 진행 중이라는 내 발표 멘트는 완료형으로 바뀌게 되었다. 간병인 매칭과 교육이라는 핵심 사업은 갑자기 재난 형태로 다가오는 중환자 가족의 어려움을 초기 카운슬링으로 다가가 정부 지원책, 치료법, 간호법, 장기요양서비스 등 실제적인 정보 제공과 심리 상담으로 제안서를 다시 작성했다.


본선 대회 날, 5분 발표, 7분 질의응답의 최종 발표를 위해 간밤에 32장의 슬라이드의 멘트를 외우고 예상 질문을 뽑아서 발표장인 서울여성센터로 달려왔다. 오전 내내 멘트를 점검하고 오후 두 번째 발표자로 엄숙한 심사위원들 향해 사업 아이디어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질문 시간에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모두 잘 받아냈다.


시상 명단에 들어가면 사회적기업 육성과정에 들어가 이 미션을 현실화하기 위한 지원을 받는다. 갑자기 그렇게 내 인생의 스텝을 밟게 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복잡해졌다. 물론 최종 9팀 안에 못 들게 되면 난 두 번째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일로 집중해 달려갈 것이다. 물론 두 가지 다 할 수도 있다.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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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소셜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 최우수상(고용노동부장관상)을 받았다!

상금 천만 원과 함께.

그날은 어머니가 하늘로 가신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나는 하늘에서 어머니가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고했다, 아들아!” 하시는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내 진로도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들어가 어머니처럼 아프신 분들을 실제적으로 돕는 일을 추진해 가는 창업으로 정해졌다.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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