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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나를 믿지 못 하는가?

by 선향

누구에게나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는 지금보다 더 날씬하고 건강하고, 지금보다 더 세련되고, 지금보다 더 돈이 많고, 지금보다 더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지금보다 더 영어를 잘하고, 지금보다 더 전문성이 있고, 지금보다 더 전략적인 사고를 하고, 지금보다 더 능력 있고, 최종적으로 더 자신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사는 나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모든 면에서 숨찬 '더'가 필요하다. 머릿속에 그리는 이상적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는 이렇게 괴리가 있다.


조직에서 필요한 많은 기능 중에서 내가 담당하는 부분은 글로벌 대외협력이다. 내 업무기술서에 적힌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자질은 대외관계, 국제협력, 커뮤니케이션, 영어, 네트워크, 리더십 등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기관은 큰 성장을 해왔고 백여 명 넘게 글로벌 전문 인력이 새로 들어 왔다.


지금 조직은 낡고 작은 건물을 개축하여 새로 크게 짓고 내부를 새 단장하고 별관을 새로 짓는 상황이다. 기존의 낡고 작은 집을 유지 보수하던 인력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역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새 집의 개선된 환경과 시스템 운영에 적합한 한 단계 진보한 능력과 자질을 가진 새 인력도 무더기로 새로 들어오고 있다.


내 위에 상사가 새롭게 생긴 상황이 바로 이러하다. 새로운 조직에 적합한 능력과 자질과 의욕을 가진 사람을 필요에 따라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럼 지난 십여 년간 해당 분야 업무를 구축하고 지금 상태로 키워온 나의 위치와 역할은 어떻게 되나?


그렇게 상사가 새로 오며 나의 새로운 위치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 둘까, 말까 고민하다가 상담을 받기 시작하고 이번 생의 지구별 인생 과제, 자기 인정, 자기 신뢰 회복을 위한 내 숙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 두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나는 이제 운전대를 상사에게 넘기고 보좌 업무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껏 책임져왔던 분야를 새롭게 책임질 전문가들을 조직에 데려와야 한다. 돌아보면, 이런 조직의 성장 앞에서 나는 역량 부족을 실감하고 '나는 부족해'를 온 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내게 '너 자신을 믿어봐' 라고 말했을 것이다.


나 자신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믿고 어떤 나를 만들어 갈지는 이제 나의 선택이다. 변화의 물결을 잘 헤쳐 가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매일 조금씩 더 쌓아 가기를 바랄 뿐이다.

덩쿨


지탱할 것이 없으면

스스로라도 지탱하지

꼬일 곳이 없으면

스스로라도 꼬게 되지


저 부름이 들리지 않는가?

허공에 동아줄이라도 꼬아올릴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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