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모든 것에 올인하며 살아왔다. 회사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심지어 사랑에서도. 내 삶은 언제나 100%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열심히 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는, 진심을 다하면 상대방도 알아줄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의심하지 않고 달려왔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성취의 기쁨보다는 피로감, 그리고 무거운 죄책감이었다. 어쩌면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더 비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대충했다는 기분에, 성심성의껏 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점점 지쳐만 갔다.
어느 날 아침, 팀장은 내게 말했다. 아침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고 말이다. 나는 그저 바빠서 조용히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파이팅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을 원했다. 조금이라도 지친 모습을 보이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이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들의 걱정 어린 눈길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나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해서 살아갔다.
나는 결국 지쳐버렸다.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손에 쥔 것은 성취가 아닌 피로감이었다. 그리고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 후, 한 어른이 내게 말했다. "일에 모든 것을 쏟는 사람은 결국 회사에 남아 있지 않는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으며 물었다. "다 돌아가셨나요?" 그 어른은 모두 지쳐서 퇴사했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결국 그 열정에 소진되고 말았다.
이제 나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적당히 사는 법,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 그리고 내가 내게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솔직해지는 법. 이제는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고, 적당히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고, 내가 끝까지 웃을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오히려 적당히 하는 것은 지혜로운 것이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적당히 한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 자신을 보호하고, 내가 지닌 에너지를 지속 가능하게 쓰는 방법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선택이다. 회사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그저 내가 효율적이기를, 열정적이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다르다. 나 스스로를 지켜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내가 내 삶을 오롯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누군가의 기대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길을 걷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잃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지친 영혼도 다시금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