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입장

by 유안

"기다리는 사람 생각 좀 해줘요. 어차피 정해진 결말이라면 빨리 알려줘요. 사람 괴롭게 하지 말고요."



기다림이라는 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홀로 걷는 것 같다. 언제 멈출 수 있을지, 언제 끝이 올지, 그조차 알 수 없기에 더 힘들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무거워지고, 미련은 더 깊어진다. 어떤 결말이든 정해져 있다면 차라리 빨리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더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늘 고요하지 않다. 그저 한 마디, 그 한 번의 대답이 필요한데, 그것조차 주지 않으니 사람을 지치게 한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 끝에서 무언가를 바라던 마음조차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빠르게 마무리 지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기다림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결말을 받아들였을 때 찾아오는 그 감정은 과연 무엇일까. 아픔일까, 안도일까, 아니면 그저 공허함일까.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다림이 끝났을 때의 감정은 아마도 깊은 낙담과 공허함일 것이다. 모든 기대가 사라진 자리에는 허무함만이 남아 있을 테니까. 기다림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끝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어쩌면 기다림이 끝난 그 자리에서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저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끝에는 빛이 아닌 더 짙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어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두렵고, 피하고 싶기만 하다. 하지만 피할 곳도 없고, 이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 나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할 것이 나를 낙담시키고 상처 입힐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기다림의 끝에서 맞이할 것은 희망이 아니라, 어쩌면 더 큰 절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절망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결국 기다림도, 결말도, 그 모든 것은 나를 이루는 중요한 한 조각이지만, 그 조각들이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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