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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절의 Feb 07. 2024

본격 자궁님 비위 맞추기

임신 준비를 위한 사소하고 절절한 노력들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 매달 산과와 부인과 주치의를  번갈아가며, 일명 '턴체인지'를 했다. 그리고 각 분과에서 취하는 자궁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였다.


부인암 환자를 보던 부인과 주치의 때는, 여성이 먹고 사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도 없으면서 병이나 생기는 자궁은 제거해야 하는 야속한 존재였다. 와중에 아직 미혼이거나, 기혼이어도 아이가 없는 분의 자궁을 제거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녀의 삶에서 선택권을 하나 빼앗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산과 주치의로 턴체인지를 해서 넘어가면, 자궁은 상전이 따로 없었다. 조산이 우려되는 산모를 보며, 자궁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줘! 하며 간절히 빌게 되는 존재였다.


지금의 나에게 자궁은 후자의 존재이다.

잔뜩 눈치 보며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전...


그리고 어쩌면 자궁보다 더 눈치를 봐야 하는, 난소..!

고작 하나에 2-3cm 남짓한 조그만 장기로 매년 생명력이 깎여 묻 여성들의 속을 썩이는 난소.

잘 알려져 있듯 생체 시간이 흐를수록 난소는 제 기능을 잃어간다. 각종 미디어에서 이미 많이 다뤄서, 만 35세 이후로는 '고령 산모'로 분류된다는 것은 아마 임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특히 대학 병원에서 분만하는 사람들의 과반수는 이 '고령 산모'이다. 그리고 산모 분들 중 대다수는 아기와 함께 둘 다 건강하게 퇴원한다. 그럼에도 산부인과 여의사들의 대부분은 고령 산모가 되기 전에 아기를 낳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 또한 그렇길 바랐다.

그래서 결혼하자마자 바로 임신 준비를 했지만, 1년 넘게 되지 않았고, 나의 임신 과정을 기록하고, SNS에 발행하고 싶다는 계획은 난임 일기로 환생하였다.





그래서 나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기 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우선 밝혀둘 점은, 필자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고, 이외 다른 기저질환이 없으며, BMI는 정상이지만 지방이 충분한 체형이다.

따라서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없거나, 다른 기저 질환이 있거나, 마르거나 비만한 분들과는 권고 사항이 다를 것이므로 각자의 산부인과 주치의 선생님의 권고를 따르기 바란다.


1. 엽산, 비타민 D, 이노시톨 복용

- (필수) 엽산은 널리 알려져 있듯 임신을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필수 영양제이다.

- (권장) 비타민 D가  부족한 경우 (<30ng/ml)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에서 생아 출생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막상 검사해 보면 비타민 D 가 결핍된 경우가 많아서 한번쯤 검사해 보고 정상화시키는 게 좋다.

- (권유) 이노시톨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분의 임신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제품 선정할 때는 myoinositol : D-chiro-inositol 이 40:1 비율로 혼합된 제품이 이상적이다.


2. 체지방 감량

사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가장 확실한 치료는 체중 감량이다. 과체중 이상의 환자에서 2~5%만 체중을 감량해도 임신율이 증가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급히, 굶거나 심한 운동으로 빼면 안 된다! 심한 체중감량 또는 과한 운동은 무월경을 일으킬 수 있다. (까다롭긴!) 따라서 정석대로, 건강한 음식 - 채소, 단백질을 먹고,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해서 욕심내지 않고 체중의 2~5% 감량을 목표로 천천히 빼는 것을 권하고 싶다.


3. 카페인 줄이기

카페인은 임신과 착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오래된 카페인 중독자인 나에겐 정말 너무 슬픈 일이다. 대학생 시절엔 아마도 저가 커피로 하루 2리터 이상은 족히 마셔왔던 나다. 하지만 이제 말만 하지 말고 정말 커피를 줄여보려 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임신 준비란 사실 건강한 생활하기와 동의어임을 알 수 있다. 건강하게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고, 카페인 줄이기. 임신만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나를 위한 변화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아.. 커피 어떻게 끊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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