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산을 앞두고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글을 적어보고 싶다.
1. 생각보다 조심해야 할 것이 정말 너무 많다.
나는 임신을 하면 이렇게나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지를 몰랐다.
아니 금기시되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는가!
감기약도 먹으면 안 되고, 여드름 연고도 바르면 안 되고, 매니큐어도 바르면 안 된다.
피부과에서 레이저도 받으면 안 되고(종류에 따라 되는 것도 있다고는 하는데 다들 추천하지는 않는다) 각종 의료 기기들도 사용하면 안 되고, 파마랑 염색도 하면 안 된다.
심지어 자궁 수축의 위험으로 발마사지도 받으면 안 된다.
당장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기만 하는데도 이렇게나 많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냥 안 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되는지를 찾아보는 게 속이 편할 정도였다.
'이런 것도 안 된다고?' 싶을 정도로 안 되는 게 정말 많다.
아무래도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아예 하지 말라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가혹(?)해서 답답한 적이 많았다.
나는 라떼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솔직히 하루에 커피 1잔 정도의 카페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임산부인 내가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커피 안돼!!" 라며 다들 알아서 ㅋㅋㅋ 우리 아이를 생각해 준다. ㅠㅠ
솔직히 주변인들이 이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진짜 고마운 일인데 막상 매번 주변에서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게 하니까 슬프기도 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려고 줄을 서 있을 때 종업원이 내 배를 보더니 먼저 스무디 종류를 안내해 준 적도 있다. (정말 엄청나게 친절하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분이셨다!)
이렇다 보니 심지어 남들이 못 보게 숨어서 ㅋㅋ 아이스 라떼를 벌컥벌컥 마신 적도 몇 번 있다. ㅠㅠ
아이를 품고 있는 열 달이 인고의 시간이라는 것을 수많은 제약 속에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2. 출산 방법에 대한 주변의 조언과 간섭(?)이 상당히 많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주변인들은 100% 출산 방법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데 진짜 생각하지도 못한 복병이 있을 줄은 몰랐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연분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큰 문화충격이었다.
내가 선택 제왕을 한다고 했을 때 나의 선택을 그 자체로 존중해 주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다수는 "왜? 무슨 이유가 있어?"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자연분만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한 번 시도해 보지?" 등의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요가 선생님은 내가 선택 제왕을 한다니까 수업시간 내내 자연분만의 장점에 대해 연설하며 나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셨다.
나로서는 정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몸은 나의 것이고, 출산 방법은 자기 결정권에 따라 내가 정하는 것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남의 자연분만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경우, 분만의 진통을 느끼는 것이 정말 극도로 두렵다.
인간의 각종 고통 척도 scale을 보면 항상 제일 위에는 분만의 진통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최고 수치라는데 난 그걸 온전히 느끼고 싶지 않다.
제왕절개라는 진통의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내가 회복이랑 수술을 감내하겠다는데 왜 그렇게 다들 나에게 자연분만을 시도하라고 권유하고 설득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나를 생각해서 (회복이 빠르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조언을 해주는 것이겠지만, 가끔씩 너무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나의 생각을 바꾸려는 분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답답할 때도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에게 지나친 관심과 조언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자신의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본인이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니 타인의 분만 방법에 대해 그 자체로 존중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출산 그 자체로 이미 축복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