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홀릭 Nov 12. 2023

제왕절개 후기 5일 차

벌써 수술 5일 차가 되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 만삭으로 배가 불렀던 나날들이 불과 며칠 전인데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유축으로 정신이 없었고 잠이 부족했다.

하지만 일요일에 퇴원을 하게 되는 만큼, 토요일인 오늘 안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다.



서둘러 병원 내 원무과에 들러서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았다.

발급받은 서류 중, 아기의 출생 확인서를 보니 우리가 부모가 된 것이 실감이 났다. 나와 남편의 이름 아래 튼튼이의 출생이 서면상으로 공식화되어있었다.

드디어 우리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된 것이다.

그 사실이 새삼스러우면서도 기뻤다.



서류를 발급받고 산부인과 외래 진료를 갔다.

수술 후 단 한 번도 내 수술 자국을 직접 보지 못했고, 실제로 드레싱을 할 때도 누워서 받아서 볼 수가 없기에 수술이 잘 된 것인지 흉터가 심하지는 않은지 궁금했다.



선생님께서는 수술이 잘 되었으나 내 자궁의 특성상 조금 더 길게 칼자국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수술이 잘 끝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기에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전했다.



나는 아기가 나가면 배가 많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배가 별로 들어가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다. 배가 들어가려면 꽤 시간이 흘러야 하며, 심지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예전과 동일하게 들어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삭 때까지 필라테스와 요가를 다니며 꾸준히 운동을 했었는데 ㅠㅠ 이러한 사실을 듣게 되니 상당히 우울했다. 체중이라던가 신체 변화에 민감한 편인데, 내 모든 것을 갈아 넣어(?)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에 씁쓸해졌다.



외래 진료를 받고 올라가며 내일이면 이 병원을 떠나게 되고, 드디어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니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아기가 없이 산후 조리원에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기와 곧 만날 것이기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조리원의 삶도 결코 녹록지 않았다 ㅠㅠ 인생이 시트콤이다 ㅠㅠㅠㅠ)






어쨌든 이렇게 나의 제왕절개 후기 기록을 마치려고 한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도 엄청 아득하게 느껴지고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아기의 탄생은 우리 가족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우리는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애가 왜 우는지 몰라서 쩔쩔매고, 같은 젖병으로 우유를 주는데도 내가 주면 아기는 우유를 먹다 거부하기도 한다. ㅠㅠ

(근데 진짜 아기의 마음을 유추하기가 어렵다. 갑자기 우는 이유는 뭘까...? 짜증이 나서 그런 것인가?? 조그만 게 짜증 낼 때마다 ㅋㅋㅋ요만한 것도 온몸으로 짜증을 내는구나 싶어서 웃음이 난다.)

아기 기저귀를 갈아줄 때면 아기를 한 손에 안는 게 어려워서 몇 번이고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하고 ㅠㅠ 진짜 무엇 하나 능숙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 난리 속에도 아기가 꼼지락 거릴 때면 내 뱃속에서의 태동을 유추할 수 있어 신기하고, 이 아기가 내 배 안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매번 신기하고 놀라울 다름이다.  


이제 3일 뒤면 드디어 집에 가는데 이 조그만 아기와 우리 부부가 함께 보낼 시간들이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내 인생의 새로운 2막이 시작되는 이 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하고 경이롭다!


우리 같이 잘해 보자!!

 



이전 21화 제왕절개 후기 4일 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