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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Oct 12. 2023

임신을 하고 내가 느낀 점들 1

오늘은 출산을 앞두고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여러 가지 사항들에 대해 글을 적어보고 싶다​.


1. 생각보다 조심해야 할 것이 정말 너무 많다.

나는 임신을 하면 이렇게나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지를 몰랐다.


아니 금기시되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는가!​​


감기약도 먹으면 안 되고, 여드름 연고도 바르면 안 되고, 매니큐어도 바르면 안 된다.


피부과에서 레이저도 받으면 안 되고(종류에 따라 되는 것도 있다고는 하는데 다들 추천하지는 않는다) 각종 의료 기기들도 사용하면 안 되고, 파마랑 염색도 하면 안 된다.


심지어 자궁 수축의 위험으로 발마사지도 받으면 안 된다.

​​

당장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기만 하는데도 이렇게나 많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냥 안 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되는지를 찾아보는 게 속이 편할 정도였다.


 '이런 것도 안 된다고?' 싶을 정도로 안 되는 게 정말 많다.


아무래도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아예 하지 말라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가혹(?)해서 답답한 적이 많았다.​​


나는 라떼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솔직히 하루에 커피 1잔 정도의 카페인은 괜찮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임산부인 내가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 "커피 안돼!!" 라며 다들 알아서 ㅋㅋㅋ 우리 아이를 생각해 준다. ㅠㅠ ​​


솔직히 주변인들이 이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진짜 고마운 일인데 막상 매번 주변에서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게 하니까 슬프기도 했다. ​​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려고 줄을 서 있을 때 종업원이 내 배를 보더니 먼저 스무디 종류를 안내해 준 적도 있다.  (정말 엄청나게 친절하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분이​셨다!)

이렇다 보니 심지어 남들이 못 보게 숨어서 ㅋㅋ 아이스 라떼를 벌컥벌컥 마신 적도 몇 번 있다. ㅠㅠ​​


아이를 품고 있는 열 달이 인고의 시간이라는 것을 수많은 제약 속에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

2. 출산 방법에 대한 주변의 조언과 간섭(?)이 상당히 많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주변인들은 100% 출산 방법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데 진짜 생각하지도 못한 복병이 있을 줄은 몰랐다.

​​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연분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큰 문화충격이었다.


내가 선택 제왕을 한다고 했을 때 나의 선택을 그 자체로 존중해 주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


대다수는 "왜? 무슨 이유가 있어?"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자연분만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한 번 시도해 보지?" 등의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요가 선생님은 내가 선택 제왕을 한다니까 수업시간 내내 자연분만의 장점에 대해 연설하며 나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셨다.

​​

나로서는 정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몸은 나의 것이고, 출산 방법은 자기 결정권에 따라 내가 정하는 것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남의 자연분만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나의 경우, 분만의 진통을 느끼는 것이 정말 극도로 두렵다.


인간의 각종 고통 척도 scale을 보면 항상 제일 위에는 분만의 진통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최고 수치라는데 난 그걸 온전히 느끼고 싶지 않다.

​​

제왕절개라는 진통의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내가 회복이랑 수술을 감내하겠다는데 왜 그렇게 다들 나에게 자연분만을 시도하라고 권유하고 설득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나를 생각해서 (회복이 빠르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조언을 해주는 것이겠지만, 가끔씩 너무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나의 생각을 바꾸려는 분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답답할 때도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에게 지나친 관심과 조언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자신의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본인이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니 타인의 분만 방법에 대해 그 자체로 존중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


출산 그 자체로 이미 축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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