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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Oct 26. 2023

제왕절개 후기 2일 차

10월 18일 수요일



새벽에 몸이 너무 간지러워서 잠을 잘 수 없었고 눈이 저절로 떠졌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의 아기가 혼자 중환자실에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마구 흘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안 그래도 어제 하루 종일 고생한 남편이 깨면 안 되니 혼자서 조용히 눈물을 삼키려 노력했다.

(갑작스러운 아기의 입원으로, 남편은 아기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해서 빨리 가져다주기 위해 혼자서 고군분투했다.

나에게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남편도 엄청 무섭고 힘들었을 것이다.)

 


'난 여기 우두커니 누워서 무엇을 하고 있나....' 내 몸 하나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는데 아기도 니큐에 가있고... 그냥 모든 게 엉망진창 같았다.  



날이 밝고 의사 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무통 주사의 부작용으로 미친 여자가 되었던 나였지만, 회복력은 정말 최고였다.

가스도 벌써 나왔고 선생님이 오셨을 때 이미 나는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어제 계속 다리를 움직이며 운동을 해서 그런지, 이 날 나는 수술한 지 하루 만에 소변 줄을 빼고 혼자서 화장실에 가고 걷는 것을 연습했다.

장기가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던데 딱히 그런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만삭 때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수술 체질인 것인지 아무튼 '제왕 절개 그래도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은 것 같은데?'라는 오만한 생각마저 들었다. )



하지만 한 편으로는, '회복이 빠르면 뭐 하냐 보러 갈 애가 지금 여기에 없는데...' 싶었다.



의사 선생님의 회진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나는 체구가 작아서 객관적으로 내부의 장기가 다 작은 것에 비해 자궁벽이 두껍다고 했다.

그래서 수술이 어려우셨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흉터도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졌다고 했다 ㅠㅠ 슬프지만 수술을 잘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었다.



아무튼 의욕이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아기를 생각하면서 힘내서 운동도 하고, 계속 회복하려 힘써서 첫날보다는 훨씬 쾌적한 2일 차를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약 2일의 공복 끝에 첫 끼를 먹게 되었다.

첫 끼로 제공되는 것은 미음이었다.



어떤 이들은 굶다가 먹어서 미음도 맛있었다는데 나는 진짜 맛이 없었다.

정말 다 남겼다. '아니 미음은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거지....?'



오후에 남편은 병원에 애기 용품을 넣어주러 갔다.

병원에는 가지만 니큐가 워낙 철저하다 보니 남편도 아기를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갑자기 또 우울해졌다.

1일 n번 눈물이 일상이 되었다.

산후 우울증인 걸까?



남들은 아기도 보러 가고 그런다는데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덩그러니 그냥 병실에만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래도 움직일 수 있어 좋다고 기뻐했는데, 다시 또 우울해졌다.

즈음되니 산후 조울증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 또 식사 시간이 되었다.

그다음으로 먹게 된 흰 죽도 미음보다는 나았으나 역시나 맛이 없어서 남겼다.

그래도 미역국이 나와서 미역이라도 먹으면서 ㅠㅠ 저작활동을 하니 좋았다.




미역국을 먹으며 대체 언제 즈음 몸은 완벽히 회복하는지, 언제 아기를 볼 수 있을지 등등을 생각했다.

회복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으나 모든 것이 다 불확실하고 힘든 2일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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