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생활 지침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사를 하고 싶다는 판타지를 갖고 살지만 퇴사 후 생활은 환상적이지 않다. 더 치열하고 잔인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 가장 처음으로 와 닿는 게 있다면 4대 보험이다. 4대 보험 중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걸 꼽자면 단연 건강보험이다.
퇴사한 지 한 달쯤 지나면 지역 건강보험공단에서 편지가 하나 온다. 지역 의료보험으로 가입하라는 편지.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있다면 부양자 신청을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퇴사한 기간 동안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특히 지역보험은 비용이 더 드는 걸로 알고 있다.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스트레스지만 가족들에게 퇴사 사실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강보험 부양자 신청은 짜증 나는 일이다.
보험만큼 중요한 것
건강보험으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면 마음이 놓인다.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은 일할 때 필요하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회사에 있었을 때 편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주 잠깐 퇴사를 후회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내 낮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본다.
최근에 카페나 도서관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 통증이 다시 생겼다. 개인적으로 허리 디스크가 심한 편이라 수술을 고려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비수술 치료와 시술로 간간히 버티고 있지만 운동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 다닐 때만큼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운동을 해도 허리가 더 안 좋아졌다.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퇴사할 때 '건강관리해야지'하며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계획도 좋지만
퇴사자들을 보면 절반 정도는 퇴사 이후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건강해졌다는 사람이 많지만 나머지는 건강이 악화됐다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가끔 자유와 방종을 헷갈리는 사람이 있다. 쉬면서 그동안 못했던 것, 얽매여 있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게 만성이 되면 불규칙해진다.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운동, 식습관이 무너지고 밤낮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
5월 중순부터 약속이 늘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자연스레 스트레스받는 일이 늘었다. 집에 늦게 들어오게 됐고 늦잠으로 이어졌다. 이러다보니 운동을 해도 개운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됐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다'는 말은 생각보다 와 닿지 않는 편이다. 돈이 없어지고 나서 돈을 아껴 쓰지 않은 걸 후회하듯이 몸이 안 좋아진 후에야 건강을 생각한다. 재취업이 됐든, 휴식을 취하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든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회와 운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준비가 많이 돼 있는 사람이 건강할 때 눈앞에 지나가는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이 크다. 퇴사하고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우선 내 몸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 살을 빼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프지 않아야 돈이 안 든다. 피곤에 절어 눈을 반쯤 감고 있다면 내게 온 기회도 반쪽자리로 보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