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치앙마이 10
어쩌다 이걸 알게 됐더라. 치앙마이에 커피만 마시러 다니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단 소릴 처음 들었을땐 참 유별나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는데 숙소 인근 로스터리샵 (커피 원두를 볶고, 갈아서 커피 주는 전문점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음) 후기를 보다 이곳에서 커피농장 투어를 진행한다는걸 알게 되서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샤워하면서 어제 뿌려놓은 배수구 청소제가 기능할까! 했는데 크게 효과는 없는것 같아서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날 이후부터 배관이 정신을 차렸나 물이 좀 빨리 빠지긴 하더라.
묘하게도 이날 투어 프로그램은 모두 한국인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인 그래요, 커피 좋아하죠....
아침 일찍 8:30분에 로스터리샵 바리스타가 호텔로 픽업을 왔고, 한시간 정도 달려 도이사켓 지역의 커피농원에 도착했다.
농장은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그랜마 팜이라고 했는데, 고양이도 있고 개도 있다 ㅋㅋ 고양이는 낯가림이 없어서 귀엽고 강아지도 자기 일 보고 알아서 잘 다니게 풀어 놓으셨더라. (고양이는 하도 사람들 주변에서 귀찮게 굴어서 -나는 좋았음- 할머니가 따로 데려가심)
잘익은 커피체리를 따다가 깨끗한 계곡물에 씻어서 꿰어 목걸이 만들기도 해보고 (그러나 한국으로 가져갈수는 없다, 당연함. 이것도 농산물이잖아... 는 검역 통과하면 갖고 갈수 있었으려나?)
커피꽃차 마른잎 냄새 맡아보고 있을때 간식으로 주셨던거.
커피 가공공정들이랑,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카카오 열매도 구경해보고, 피는 시기가 짧다는 커피꽃 차도 마셔보고... 얘는 잠이 잘오는 차라고 그랬다. 농장의 할머님께서는 커피는 안마시는데 이 꽃차는 잠이 잘와서 즐기신다고....
카카오도 맛있었는데 설탕도 참 맛있어서 투어객으로 오셨던 선생님께서 브랜드 알고 싶다고 하셔서 할머님께서 알려주셨고, 나도 나중에 슈퍼가서 1kg 한봉지 사왔다.
바리스타가 투어를 진행하는 만큼, 높은 커피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가지 질문에 능숙하게 답해줘서 참 좋았다. 커피 맛 구별하기라니! 생전 걍 먹기만 할줄 알았지 이런거 퀴즈 맞추기 관능검사 게임이라니 ㅋㅋ 게다가 그룹을 지어서 하는 놀이라서 한층 더 재밌었던것 같다.
농장은 할머니가 운영하시는거라고 했는데, 어디나 할머니들 마음은 다 똑같은가 밥 잔뜩 해다가 번역기 앱으로 맛있냐고 물어보시고, 맛있으면 다 먹고 가라고 ㅋㅋㅋ 어디나 할머니들 마음은 같은가 보다. 캡무(돼지고기 껍질 튀김) 참 고소하니 맛있었다 남프릭 엉 (저 빨간 소스) 얹어 먹으면 반찬으로 기가막혔고, 현지에서 재배한 채소삶은 반찬도 순한 맛으로 향신채 느낌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저 국... 국에 들어간 버섯도 직접 길러서 끓여주신거라고 했는데 간이 아주 잘 맞고 맛도 좋았음.
식사를 마친뒤 드디어 로스팅한 커피를 마셔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는데, 바리스타는 막 로스팅한 커피보다 2주 후에 마시는 커피가 훨씬 맛있을것이라고 하며 따로 체험했던 커피를 2종류 (라이트, 미디움 로스팅, 아까 체험했던거) 참가자들에게 모두 포장해서 나눠주었고, 비행기 탑승및 가스 생성으로 인해 봉투가 터지지 말라고 바늘로 조그맣게 구멍도 뚫어 주셨다.
커피마시면서 모두가 한국인 관광객들이라 가볍게 커피챗 나누는 시간도 참 좋았다. 여행중에 경험한 것들을 나누기도 하고, 좋았던 곳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자녀와 함께 여행중이신 어머니께서는 한국에서 간호사 일을 하시는데, 이 동네 마사지사들이 근육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한국에선 도수치료에 준하는 마사지를 받아볼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나도 발마사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화장품들이랑 트리트먼트 케어들이 저렴하니 꼭 경험해보라는 이야기들을 들은것도 재밌었다. 한편 도이 인타논 갔다온 이야기도 나눠서 좋았고...... 하여튼 커피가 있으면 커피챗은 자연히 따라오는데, 우연찮게 한국 관광객들만 모여서 더 수다스러워서 좋은 기억으로 남은것 같다.
나중에 한번 다시 오고 싶게 만들어 지는 나무 심기라니 ㅋ 가이드 해줬던 바리스타 언니는 7월에 심은 나무 보여주면서 쑥쑥 크니까 꼭 다시 오라고 말해줬었는데, 정말 나무 크면 한번 다시 가서 보고 열매 맺히는것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