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하루 연습한다고 당장 바뀌지는 않잖아요?
저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개선시키는 코칭과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가끔 참가한 분들이 말합니다. 하루 연습한다고 바뀌지 않는다고요. 당연한 말입니다. 태어나서 20년, 40년 동안 쌓아온 습관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꾸겠습니까? 물론 이해와 적응 능력이 빠른 분들도 계십니다. 프레젠테이션 워크숍에서 오전에 배운 것을 오후에 2차 발표를 하면서 바로 적용해 동료들의 좋은 피드백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당장 승진을 좌우하는 중요한 발표를 눈앞에 둔 분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계속해서 저에게 질문을 하시고 혼자 계속 리허설 방식으로 연습을 하셨습니다.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지요. (이후에 프로젝트 발표를 성공적으로 하셨다는 담당자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를 합니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더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잘 안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하루의 워크샵을 통해서 아주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패턴을 알고, 연습할 방향성을 아는 것입니다. 이것이 훈련의 핵심입니다. 딱 한번만이라도 올바른 방향성을 경험적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후로는 스스로의 성찰과 체크를 통해 계속 바꿔갈 수 있습니다. 물론, 코칭을 주기적으로 받으면 변화가 가속되겠지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딱 적용되는 것이 바로 ‘훈련’입니다. 긴 시간 형성되어온 방식을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조급하면 좌절할 수 있습니다. 실수와 시행착오를 스스로 용납해주며, 올바른 방법으로 훈련하면 점점 더 잘하게 됩니다.
하루 연습한다고 당장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변화는 생깁니다.
비행기는 이륙한 후에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동항법 장치'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전체 루트는 있지만 조금씩 항로를 벗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교정을 해나가죠. 자동차에도 스마트 크루즈 기능이 있죠. 우리의 연습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려 들지만 않으면 됩니다. 조급한 마음이 오히려 훈련을 망치니까요. 훈련의 첫걸음은 '인식'입니다. 이것만 잘해도 진짜 절반은 하는 겁니다.
아, 내가 또 이렇게 하고 있구나.
인식을 하면 '교정'이 이뤄집니다. 방법을 아는 경우는 바로 교정되고, 모르는 경우에는 추가로 학습하며 알아봐야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특히 프레젠테이션 워크샵에서 제가 강조하는 것이 '셀프 피드백입니다.' 우선은 발표를 녹화합니다. (요즘에는 자기 휴대폰을 다른 참가자에게 주고 녹화하시라고 주로 안내합니다.) 발표를 마치면 참가자 전체가 피드백을 적어서 전달합니다. 그러면 발표자는 피드백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진짜 내가 그랬나? 어떤 부분에서 그랬지? 어떤 식으로 말했지?"
그리고 영상을 보면서 해당되는 부분을 체크합니다. 그렇게 되면 워크샵에서 학습하고 훈련했던 부분이 떠오르면서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발표를 하시는 분들은 후속 코칭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한번의 경험은 커다란 자산이 됩니다. 한번 확실히 교정된 방식이 온전히 자리잡게 되니까 평생에 걸쳐 유익을 얻게 됩니다. 물론 자신이 말하는 것을 녹화해서 보는 것을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것은 꼭 보시라고 여러번에 걸쳐 리마인드 합니다. 당연히 모든 학습, 운동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이쯤 되면 학습의 4단계가 떠오르실 것입니다.
1단계. 무의식적 무능력
2단계. 의식적 무능력
3단계. 의식적 능력
4단계. 무의식적 능력
2단계 '의식적 무능력'의 대가는 소크라테스죠. 산파술을 통해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하는 것을 알게 해주었죠. 문제는 그 산파술이 많은 이들이 '불편한 진실'을 보게 만들었습니다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은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자기인식이라는 것은 불편한 일이기는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야, 솔직히 나만큼 쿨하고 잘해주는 사람이 어딨냐?"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정작 주위 사람들에게 꼰대 소리를 듣습니다. 진짜로 잘해주는 사람은 '혹시 내가 부족한 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니까요. 또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학습에 소극적입니다. 자신이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니까요. 오랜 시간 강사, 코치로 일해온 입장에서는 회사 생활 3~5년차가 학습에 소극적일 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이 바닥은 내가 다 꿰고 있다'
그런 느낌의 표정으로 앉아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에 치이고, 한계를 경험하기도 하고, 중간에 끼어있기 때문입니다. 그 연차에 가면 대부분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그렇게 행동하기 쉽습니다. 즉, 개개인의 태도 문제는 아니라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연차에 있는 분들은 본인이 '실제로' 어느 단계에 있는지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의외로 '안다고 착각' 하거나, '아직은 숙달이 안된' 상태인 영역이 많이 있으니까요. 반면, 신입사원은 하얀 도화지처럼 배우려는 열정이 있습니다. 세대가 젊어질 수록 다양한 질문이 나온다는 것이 반가운 일입니다. 팀장, 임원들은 강의가 좋다면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참여합니다. (초반에 강사의 수준을 알아보려고 난이도 높은 질문이나 시비거는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이것을 좋은 신호로 봅니다. 어쨌거나 맘에 들면 듣겠다는 거니까요.)
3단계는 '훈련을 지속'해야하는 단계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본인의 패턴을 이해했고,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다양한 시도를 하거나, 원하는 방법을 집중해서 훈련하는 기간입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계입니다. 그러니 안된다고 자책하지 않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4단계는 '나도 모르게' 오게 됩니다.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죠. 불교적으로 말하면 '업식 (까르마, Karma)', 일상적으로 말하면 '잘못된 습관'이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되어 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평생에 걸쳐 영향을 주겠죠.
여러분이 가진 '무의식적 능력'은 무엇인가요? 추가로 갖고 싶은 능력 영역은 무엇인가요? 그 능력은 현재 몇 단계에 있나요? 작지만 중요하게 인식하고 훈련할 부분은 어디인가요? 혹시 잘못된 습관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주위에 피드백을 요청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