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의하다 보니 성격유형을 다룰 때가 있습니다. 워낙 MBTI를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아져서 개념 설명은 간략하게 하고, 성격유형의 본질, 실용적 활용에 주로 시간을 사용합니다. 직장인 대상이다 보니 협업의 방법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호기심을 갖습니다. 그들을 맞춰주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구요. 그런데요. 실제로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이죠?
관심은 많지만 (굳이) 맞춰주고 싶지는 않다.
얼핏보면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자기중심성'인데요.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내 방식이 더 상식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다른 성향에 대해 '이상하다.' 혹은 '왜 저러냐'의 시각으로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죠. 그들과 협업해야, 상사에 맞춰줘야 자신이 사회생활을 하고, 성과를 내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싫어도 맞추려 노력합니다. 이렇게 보면 상대에게 맞추는 태도 역시 '자기 중심성'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상대를 위해 내가 굽혀준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에게 유익이 있기 때문에 맞춰 주는 것입니다. 갑질하는 사장, 손님이 있는데 월급이라는 보상마저 없다면 맞춰줄 이유가 있을까요? 직원, 구성원들이 없이도 혼자 넉넉하게 일을 다 해낼 수 있다면 굳이 직원들에게 맞춰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니 잊지만 않으면 됩니다. 맞춰주는 행위는 사실 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요. 이걸 잊으면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내가 너에게 얼마나 잘 해줬는데"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을 코칭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안 맞아서, 일이 안 맞아서, 원하는 더 좋은 곳이 있어서..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코칭을 하다보면 이직하기 전에 '일단 현재 일터에서 적극적으로 맞춰보는 시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퇴직까지도 생각한 마당이니 현재의 회사는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기에 좋은 곳이니까요. 그런데 적극적으로 맞춰주고 배우려는 태도를 보였더니 의외의 결과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꼰대같던 상사가 '나에게는' 다르게 (친절하게?) 행동하거나, 인정을 받게 되어 원하는 직무나 부서로 가게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생각보다 조직이 바보가 아니라서 일을 잘하고 협업을 잘하는 사람은 조직에서 어떻게든 키워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능력한 리더, 대놓고 나를 견제하기만 하는 리더도 있습니다. 이럴 때 투덜대기만 하거나, 반대로 억지로 맞추기만 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맞추기로 했다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질문하고, 부딪쳐 보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입니다.
반대로, 어떤 이유로든 안 맞추기로 했다면 나의 방식을 최대한 어필하거나 동지(?)를 규합하거나 아예 팀,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등의 적극적 노력을 해야합니다. 만약에 그런 식으로 노력을 했는데 실패를 하거나, 그 결과로 회사를 나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나만의 경험, 콘텐츠가 될 수는 있겠지요. 어느쪽도 하지 않고 손을 놓으면 시간만 흐르고, 어려움은 가중되고, 성장도 없게 되니까요.
일하다 보면 나보다는 남이 문제라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그 생각이 맞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나의 현실은 변하지 않죠. 조직 생활을 해 본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나와 딱 맞는 상사나 팀원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맞출 뿐이죠. 욕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요. 부끄럽게도 저는 회사 생활을 할 때 누군가를 욕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가장 미련한 짓을 했죠. 욕하고 나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나와 딱 맞지 않는 사람과의 업무는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리더가 맘에 들지 않아도 그에 맞춰 일을 하는 방법, 팀원이 맘에 들지 않아도 그 팀원에 맞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왜?"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보죠. 맞춰줄 수 있지만 맞추기 싫어서 안 하는 건 괜찮습니다. 내 자유니까요. 하지만 맞춰주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필요한 때에 사용할 수가 없으니까요. 상대의 부적절한 소통 방식에 내가 맞추는 것이 비굴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맞추는 방법'을 익혀놓는 것과 실제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내가 맞추기 싫다면 맞추지 않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맞추는 쪽이 낫다'고 '내가' 판단했다면 '맞추는 방법'을 익혀놓은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냥 지금까지 해온 내 방식 하나만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 방식은 더 견고해집니다. 그렇기에 바뀌지 않는 남을 비난하거나, 억지로 바꾸려 애를 씁니다. 내가 푸념하는 대상인 상대방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 인간을 어떻게든 바꿔보고야 말겠다는 야심찬(?) 생각은 뒤로 미뤄두시기를 권합니다.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내가 맞춰줄 방법을 익히는 것은 가능합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성장이라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비난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을 적응시키는 법을 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