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는 능력에 소통 능력이 더해질 때.
저는 강의와 코칭을 하면서 분야별 능력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자'는 대체로 실무를 잘 처리하고 사업을 잘 이끄는 능력을 갖춘 분들입니다. 반도체 전문 장비를 다루는 분들은 공학을, IT회사에서 개발을 하는 분들은 코딩 감각을, 제약업계에 계신 분들은 약의 특성을 공부하고 현업에 적용합니다.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알려주기도 하고, 실무를 하면서 빠르게 익혀나갑니다. 그런데 '소통'은 어디에나 적용되고 중요한 영역인데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음을 보게 됩니다. 당장의 성과와 직결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함께 일하며 더 큰 성과를 내는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얼마전 외국계 회사에서 온라인 워크샵을 했습니다. 갈등관리, 핵심 이해관계자 (Stakeholder) 관리에 관한 주제였는데요. 각자 신청한 사연을 익명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여러 부서가 함께 미팅을 하는데 공개적으로 본인의 팀을 비난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 다른 팀에서 회식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자기 팀의 팀원을 정말 너무 험한 말로 깎아내리는 말을 소문으로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그날 온라인 워크샵에 껄끄러운 사람이 있어 비공개 채팅으로 밖에 말을 못하겠다고 한 참가자가 두 분이나 있었습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외국계 회사이고 각 분야별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절반 이상인 회사였습니다. 이 분들은 자기 분야에서 오랜 공부와 오랜 업무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소통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말들을 스스로 하시더군요. 비중으로 치면 일은 잘하는데 '의사표현'을 너무 소극적으로 하는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이 이분들과 정반대인 '뭐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이 두 캐릭터가 만나니 환장 콜라보가 이뤄지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워크샵을 통해 '착한 것'과 '어리석은 것' (표현이 조금 실례가 되지만..) 을 구분하시라는 말을 먼저했습니다. Aggressive (공격적) 인 것과 Assertive (명확한) 한 것의 구분이죠. 본인이, 본인의 팀이 허용할 수 없는 선을 명확히 '사전에' 전달하고, 상대의 의향을 물어보고, 필요하면 조정한 후, 그럼에도 무례하게 선을 넘는 이들에게 단호해야 함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키워 세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상대방의 큰 목소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설마 .. 는 아니시지요?' 화법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우리 팀을 대놓고 까든 돌려까든 할 때 상대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설마 우리 팀이 100% 잘못했다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시지요?' 이 말을 할 때 비꼬는 말투를 써버리면 다툼이 됩니다. 그러니 오히려 부드럽고 평온 말투를 써야합니다. 이 때 상대가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이라면 스스로가 억지 부리는 사람이 됩니다. 가끔이지만 반대로 내가 그들의 의도를 나쁘게 해석했음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상대가 공격적인 말투를 썼을 뿐 그럴 의도까지는 없었을 수도 있는 것이죠.
구두상 혹은 전화상으로 말해놓고 일이 잘못되면 발뺌하고 되레 큰소리 치는 이들에 대한 대처법도 알려드렸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글로 남기는 것'이죠. 특히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귀찮더라도 구체화를 해서 글로 남겨야 합니다. 상대가 말하지 않은 것을 내가 채워넣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다음 주 미팅 자료 이번주 내로 보내 주세요' 라고 합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요청이죠? 요청에 구체적 사항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 이렇게 답장을 해두면 좋습니다. "네, 그럼 현장 이슈 세가지만 뽑아서 A4 용지 두장 분량으로 목요일 오전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혹시 문제있으면 미리 알려주세요." 이렇게 해도 상대는 답장을 안 읽습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그렇게 진행했던 근거로 삼을 수 있지요.
이외에도 우리는 일을 하면서 수많은 갈등 상황에 부딪치게 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하게 하고, 상대가 하는 말을 오해없이 이해하는 능력. 이 능력이 그대로 '리더십'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공식적인 리더 타이틀이 없어도 실질적으로 팀의 협업을 이끌어 내니까요. 그래서 실무 능력이 출중한 분들이 소통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게 되죠. 이런 사람을 조직이 가만두지 않겠지요. 능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명확한 업무 지시. 딱 그것만 갖고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단점이 있죠. 나중에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되기도 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얻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놀러 왔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기는 합니다만..) 무엇보다 수평적 협업이 더 큰 성과를 내게 되는 요즘의 환경에서는 소통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소통에 관련한 좋은 책을 꾸준히 읽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소통에서 어떤 부분을 고쳐나가면 좋을까요?'
사람들의 피드백을 모두 듣고 반영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자기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전문가는 모든 것에 통달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무엇이 부족한지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개선해 가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무한 반복되기에 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큰 성공은 작은 일들 속에서 시작된다. 소통도 마찬가지다."
- 톰 피터스 (Tom Peters)
10편의 글을 마무리 합니다. 꾸준히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리즈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