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지 않은 저주 – 저택의 집사

3장. 미녀와 야수

by 엘리킴


성은 멈췄다.
시계는 돌지 않았고,
창밖의 계절은
몇 년째 같았다.


나는 집사였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그러나 이젠
숟가락이 말했고,
촛대가 노래했다.
그리고 나는,
사람이 아닌 모습으로 주인을 섬겼다.


그는 야수가 되었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가 부수고 소리 지를 때도
나는 문밖에서 허리를 숙였다.


나는 알았다.
그 안에 있던 건 짐승이 아니라
길을 잃은 아이였다는 걸.


하지만 그 아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장미의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희미해졌다.
이 성의 그림자가
우리 몸 안까지 자랐다.


그런데,
한 소녀가 나타났다.
책을 읽었고, 웃었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숨죽이고 지켜봤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우리는 정말 사라질지도 몰랐다.


나는 매일 기도처럼 속삭였다.
“제발, 이번엔 사랑이 깨어나기를.”


그러나 진실은—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그 저주를 깨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우리는 저주받은 것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 갇힌 존재였다.
사랑을 바라면서도
그 사랑이 우리까지
닿을 거라 믿지 못한 죄인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서 있다.
문 옆에서, 등을 곧게 세우고.
저주가 깨진 후에도
나는 여전히 집사다.
바뀐 것은 없다.


다만, 그 장미가
모두의 것이었음을
이제야 말할 수 있을 뿐이다.

keyword
이전 11화장미가 피기 전의 마음 – 벨